[리뷰]구어조은닭 품평회에서 맛본 11가지 '저마다 다른 색깔'
익살스런 광고를 통해 '신봉선 치킨'으로 알려지고 있는 신흥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 '구어조은닭'의 블로거 품평회가 며칠 전 인천 본사에서 있었다.
품평회는 자그니 님과 한글로 님, 한무토 님과 Lumi 님 등 다음과 이글루스 등지에서 지명도 높은 블로거 11인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재밌는 것은 이들이 전문 맛도락 블로거가 아니라 시사나 스윙재즈 등 타 영역에서 조예가 높다는 점. 통찰력은 갖췄으나 맛에 대해선 전문인으로서가 아닌 일반인의 미각을 가진 이들에 평가받길 바라는 것이었을까, 여튼 조금은 의아한 초대장 리스트다.
치킨 애호가들에겐 흥미로울 법한 이번 이벤트에서 본인도 미각을 한번 시험해 봤다. 이날 맛본 것은 모두 11가지 메뉴. 차례차례 순서대로 품평한 소감을 적는다.
왼편부터 순살, 날개, 바비큐양념, 오리지널, 다리구이
1번주자 - 순살 구이
구어조은닭의 메뉴는 크게 '구이' 5가지와 '양념구이' 6가지의 두가지 파트로 나눌 수 있다. 이날 치킨 메뉴는 후반의 플래티넘을 제하고는 담백한 것에서부터 점차 강렬한 양념 맛으로 진행됐다. 이 중 본인이 먼저 맛본 건 순살 구이다.
장점을 고르자면 무엇보다도 먹기 편한 편의성에 있다. 소위 '살로만'으로 불리는 뼈없는 메뉴의 전형적 모델인데, 수수한 양념맛이 담백한 맛을 선호하는 애호가들에 권할 만 하다. 육질은 이 날 메뉴 중에서도 연하기에 있어 상위에 꼽을 수준. 기름기가 이날 메뉴 중 비교적 적은 것도 인상적이다. 노멀하게 고기의 육질을 즐기고자 하는 이에겐 구어조은닭의 입문 메뉴로 권한다.
다만, 큰 특징이 없다는 점이 약점이라면 약점. 너무 수수한 것이 양날의 검이라고 할까.
2번주자 - 날개 구이
'구이' 시리즈를 단순히 부위별 차이로만 보면 곤란하다. 부위 자체로도 육질적 측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묘하게도 배어들어간 양념의 느낌과 양도 달랐다. 우선 날개 부위는 순살보다 양념이 조금 더 매콤했다.
날개 부위의 특징이라 하면 두 조각으로 커팅하지 않고 접혀지는 관절 그대로 '올인원'으로 나온다는 점에 있다. 사진에 보이는 대로 꽤 먹음직 스럽게 붙어 나왔다. 내가 기억하기로 대개의 브랜드는 '윙'이란 이름의 메뉴를 따로 독립하거나 해서 조각 내는데 말이다.
날개 부위를 즐기려면 조금 복잡하다. 솔직히 육질 자체는 순살에 비해 질긴 편. 다만, 뼈에 근접한 부분은 뜯을 때 질긴 느낌이 아니라 쫄깃한 감상으로 찾아와 나쁘지 않았다. 순살에 비해 기름진 껍질부분이 많은데 이 점은 취향에 따라 호불호를 맡긴다.
부위적 특성에 따라 먹기가 불편한 건 사실이다.
3번주자 - 바비큐 양념 (순한 맛)
같은 메뉴지만 순한 맛과 진한 맛으로 다시 메뉴가 양분된다. 이 날 맛본 건 순한 맛으로 진한 맛은 따로 준비되지 않았다. 총 12가지 메뉴 중 하나 부족한 11가지를 소개하는 이유다.
관계자 말에 따르면 브랜드 내에서 이후 소개할 스테이크 양념구이와 더불어 베스트셀러라고.
하지만 결론만 말했을 때, 내 입은 비교적 박한 평점을 내리고 있었다. 바비큐의 풍미를 살리려고 했지만 먼저 육질에 있어 푸석푸석한 느낌이 전해졌다.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좋은 느낌의 씹히는 맛이 아니었다. 바베큐양념이 배인 껍질 부분은 입맛에 따라 선호가 갈릴 듯.
4번주자 - 오리지널
관계자 말로는 회사 내 직원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다고. 육질의 첫 느낌은 '야물다' 정도. 질기거나 연한 것과 달리 처음 이가 고기에 들어갈 때 탄력성이 있어 괜찮은 감흥을 받았다.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양념을 즐기지 않는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애호가에게 높은 점수를 얻을 듯. 비교적 무난한 메뉴다. 개인적으로, 베스트 선정.
5번주자 - 다리구이
날개와 마찬가지로 양념이 보다 매콤하다. 초반의 5가지 중 가장 자극적. 재밌는 것은 닭볶음탕(닭도리탕)의 느낌을 전해 온다는 점. 쉽게 말해 고전적인 맛이다.
날개에 비해 육질이 부드럽고 먹기 편하다.
스테이크 양념 구이. 시각적으로 가장 먹음직 스러운 메뉴.
6번주자 스테이크 양념구이
여기서부터는 2라운드. 양념이 강화된 메뉴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맛본것이 베스트 메뉴로 꼽힌다는 스테이크 양념구이. 개성적인 퓨전 음식이다.
양념은 확실히 개성적이다. 반면 나름 담백한 느낌도 살리려고 했다. 육질은 중간. 여러모로 밸런스가 뛰어난 메뉴. 주문의 관건은 스테이크 양념 특유의 달콤함을 좋아하는가 싫어하는가에 달렸다.
7번주자 갈릭 양념구이
여기서부터 품평회가 난관에 봉착한다. 블로거들이 하나 둘 포만감과 계속되는 양념맛에 '지치기'(?) 시작한 것. 입맛을 가시는데 콜라가 준비됐지만 사실 입 안의 맛을 지우는데는 물이나 차 종류가 더 낫지 않았을까. 한글로 님이 맥주를 원했지만 요청은 기각됐다.
이 메뉴는 전형적인 양념치킨의 소스를 전한다. 우선, 육질이 부드러워 연한 질감을 즐기는 이에 권할만 하다. 껍질 부위를 선호하는 이에게도 권한다. 여러모로 무난한 양념구이. 재밌는 건 함께 품평하던 블로거들 사이에서 '떡'에 더 호감을 느끼는 이들이 있었다는 점.
8번주자 칠리 양념구이
전 메뉴를 통틀어 가장 달콤하다. 양념의 단 맛을 싫어하는 사람 입장에선 가장 기피할 메뉴지만, 반면 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맨 먼저 관심을 가져 볼 메뉴기도 하다. 양념외의 다른 점을 따지자면 타 메뉴와 딱히 구분되는 점이 없다.
9번주자 데리야끼 양념구이
이 양념구이는 짭짤한 맛을 강조했다. 달거나 매운 것 대신 양념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짠 맛으로 승부를 걸었는데 아쉽게도 육질 자체는 좋지 않는 느낌의 푸석푸석함을 갖고 있었다.
10번주자 플래티넘 구이
자극적이고 대동소이한 양념 메뉴가 지속되면서 블로거들이 '미각을 잃었어'라고 난색을 표하던 시점에 갑자기 무 양념 정통파 치킨이 나왔다.
앞서 오리지널은 그래도 옅게 양념의 향과 맛이 있었건만, 이 메뉴는 그나마도 배제한 소금양념 구이다. 그저 소금 간으로 간결한 맛을 냈는데, 11가지 중 가장 노멀한 작품. 부드러운 육질에 수수한 느낌이 특징 아닌 특징. 양념에서 탈피한 프라이드를 찾을 시 플래티넘과 오리지널 중 하나를 고른다면 당신이 고소한 맛과 소금 양념 중 어떤 것을 더 좋아하느냐에 선택지를 맞추는 편이 현명하다.
11번주자 불닭고추장양념구이
마지막 주자다. 관계자는 "고객 중 가장 극과 극의 평가를 달리는 문제작"이라고 소개했다.
"어떤 분들은 홈페이지에다 대놓고 '쓰레기'라고 깔아내려요. 그런데, 또 어떤 고객들은 항시 이 메뉴만 찾죠."
이 메뉴는 11가지 메뉴 중 가장 매운 맛을 자랑한다. 매워서 정신을 못 차리겠다며 더 이상의 품평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 확실히, 맵고 짠 맛에 길들여진 부산 사람의 입맛에도 이건 상당한 부담이라, 싱겁고 시원한 맛을 좋아하는 북쪽 지역 사람에겐 곤란할 수도 있겠다.
기름기도 상당한데, 결과적으로는 이것과 매운 맛의 조화가 더 자극을 도왔다. 먹은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법한 작품.
다만, 간만에 특식을 주문하는 가난한 사람 입장에선 한번 고려해볼 만한 메뉴. 보다 강렬한 감상과 '뭔가 먹은 듯하다'란 추억을 남길테니 말이다. 기름지고, 자극적인 메뉴로 허기를 달래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
조리될 때 오븐의 세팅 상황. 약 12분에 걸쳐 오븐에서 조리된다고.
구어조은닭의 전반적 특성
이름 그대로 이 치킨 브랜드는 '튀겼다'보다는 '구웠다'는 이미지에 가깝다. 해서 바삭바삭한 튀김옷이 입혀지거나 하진 않는다. 처음부터 선호자와 기피자를 명확히 구별하는 브랜드인 것. 두껍게 튀겨진 바깥부위에 식상한 사람에겐 신선하게 다가올 것이고, 반대입장에겐 패널티가 적용될 사안.
해서 모든 메뉴의 첫인상은 껍질에서 시작된다. 바깥부분의 껍질이 '솔리드'하지 않고 '웨트' 내지 '드라이'하게 다가오는데 담백하고 부드럽게 닭고기를 즐기고 싶은 이라면 주목해볼 법한 신규 브랜드가 되겠다. 순간 닭볶음탕을 연상한 것도 이 때문인데, 의외로 치킨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고연령 층에 먹힐 수도 있겠다고 예상한다.
메뉴가 많이 준비된 것은 향후 어떻게 지속될지 미지수. 실제로 블로거 품평단 중에선 '양념 맛이 그게 그거 같다'며 별 상이점을 못 느끼겠다는 평가가 있었다. 확실히, 양념 자체만으로 큰 변화폭을 기대하기엔 무리였다. 다만, 제목에서 밝혔듯 분명 메뉴마다 양념의 성질은 분명 저마다 달랐다. 보다 디테일하게 양념을 구분하며 즐기는 매니아 층에 있어선 환영할 법한 시도다.
치킨 브랜드가 다양화된 시점에서 이처럼 확실히 자기만의 특색을 강조한 브랜드가 나온 것은 소비자의 선택폭 확대라는 측면에서 괜찮은 일이 아닐까.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