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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세종은 '기동전사 건담'의 아무로 레이?

대왕세종은 '기동전사 건담'의 아무로 레이?
왕자가 얻어맞고 데굴데굴... 대왕세종 찬반 논란 '점입가경' 


 
"배알도 없습니까?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왜 이렇게 살아?"

"이잇! (뻐억), 너 같은 놈이 이렇게 살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산다!"

화제와 논란의(?) KBS 대하드라마 대왕세종, 20일 또 한번 초대형 '입질'을 예감케 했다. 무려 왕자가 목이 휘어질만큼 직격으로 얻어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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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밤 방영된 32부 말미, 충녕대군(김상경 분)은 파직 후에도 백성들에 헌신하는 최윤덕에게 자격지심 섞인 고성을 질렀다. "이런다고 세상이 알아주냐"는 울분 섞인 외침. 최윤덕은 지체 없이 주먹을 날렸고 왕자는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성이 차지 않았는지 하극상을 한 무신은 "너 같은 놈때문에 이런다"고까지 윽박질렀다. 차후 성군으로 칭송받는 세종대왕의 '이보다 더할 수 없는 굴욕'이다.

대왕세종은 이전부터 파격적이다 못해 '논란 덩어리' 자체인 설정으로 시청자들의 도마위에 올랐다. 특히 천민 장영실에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는 등 믿기지 않는 충녕대군의 고행은 그 논란의 중심. 그리고, 급기야는 파직당한 무관에게까지 '이 놈 저 놈' 소리를 들으며 '귀안'에 주먹질을 당했다.

아니나다를까, 방영 직후부터 홈페이지(http://www.kbs.co.kr/drama/3jong/index.html)에선 "진상이다"란 비난이 휘몰아쳤다. "이젠 세종대왕이 주먹질까지 당하느냐"며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쏟아진 것.

"파직당한 일개 지방 절도사가 일국의 대군을 이놈저놈하며 주먹으로 치고...엽기세종"(조윤정 님), "무슨 충녕대군이 주먹으로 맞고"(조용석 님) 등 상당수 시청자들이 "무협소설", "판타지드라마" 같은 조소를 꺼내보였다. 여기엔 장영실의 태도와 충녕의 산적같은 귀양살이 등 정사에 충실한 드라마를 바라던 이들에 있어 누적됐던 불만도 함께 터져나와 "이러니 시청률이 안 나온다"는 등 제작진, 특히 작가에 대한 지적이 가중됐다.

하지만 최윤덕의 캐릭터가 가지는 매력 덕에 작가를 비롯 제작진은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이에 반해 "갈수록 재미있어진다"란 찬사도 함께 늘어가기 시작한 것. 김영자 님은 "실제는 모르지만 드라마의 최윤덕은 정말 멋있다"고 격찬했고 박수경 님은 "정말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인물"이라며 "작가님 대단해요"를 외쳤다. 그야말로 천국과 지옥을 오르내리는 평가를 얻고 있는 것. 이에 힘을 얻어 게시판에선 "아이들 역사관이 걱정될만큼 파격적이다 못해 왜곡"이란 비난에 맞서 "괜찮은 드라마다"란 비호가 함께 일고 있다. 김영연 님은 "왜곡에 큰 불만이 없다"며 드라마로서의 특성을 이해한다는 의견을 남겼다.

한편 이번 에피소드를 본 네티즌 시청자들은 "이걸 계기로 충녕이 한 단계 나아갈 것"이라며 '성장통'의 단계임을 확신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충녕대군의 굴욕이 1979년 일본에서 방영, 전설로 회자되는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퍼스트 건담)의 주인공 아무로 레이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 뛰어난 자질에도 불구, 인간으로 아직 미숙했던 아무로 레이는 함장 브라이트에게 얻어맞고 "날 때렸어, 아버지한테도 안 맞았는데"란 명대사를 남겼다. 그러나 그 직후 이어진 브라이트의 발언에 각성, 당시의 위기를 극복하는 한편 인간으로서도 한단계 성장했다.(정확히 말하면 맞은것 보다 직후 들은 발언이 유효했다)

물론 극 중의 충녕이 아버지 태종은 물론 형 양녕대군에게도 혹독하게 대접받는 모습은 온실 속 화초였던 아무로와 차별되는 부분. 그러나 이후 오래도록 함께할 최윤덕에게(역사 속에서 그는 정승에까지 올라 세종대왕을 보필했다) 감화받고 응어리졌던 한을 털어낼 경우, 아무로와 브라이트의 전례와 재미있는 일치를 이룬다. 지금은 전설로 기억되는 30여년전 저패니메이션의 명 레퍼토리가 세종대왕의 이야기를 다룬 우리나라 사극에서 우연찮게 재현될지, 그 여부도 또 하나의 흥미로운 시청 포인트.


<뉴스보이> 권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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