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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방영 1년, PD수첩의 눈물 - 촛불정국 1년

'광우병 쇠고기' 방영 1년, PD수첩의 눈물
쇠고기 촛불정국 1년, 다시보는 이야기 (3)


쇠고기 수입과 광우병 위험을 다뤘던 MBC PD수첩의 방영분이 나간지 오늘로 1년. 

PD수첩은 28일 '한미 쇠고기 협상, 그 후 1년'편을 내보냈다. 촛불에 불을 당겼던 자신들의 1주년을 기록하는 편이기도 하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이는 다시 각 언론에서 조명됐다. 보수매체는 여전히 비난을 토해낸다. 한 예로 PD수첩 방영 1년을 서두로 시작하는 올인코리아(http://www.allinkorea.net/sub_read.html?uid=13459&section=section20)의 글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또한번 '좌익'에 '난동'으로 색깔론을 들이댄다.

반면 MBC와 함께 쇠고기파문에서 줄곧 정부를 겨냥했던 경향신문은 당일 사설(http://media.daum.net/editorial/editorial/view.html?cateid=1053&newsid=20090429070110311&p=khan)을 통해 "검찰은 뭘 노리는 것이냐"고 작금의 PD수첩 체포수사를 비난했다.

이렇듯 각 진영에서 첨예히 대립하는 언론의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추가된 것이 있다면 이젠 대립하는 네티즌 사이에서도 서로에 대한 '알바'와 '좌빨' 비아냥과 함께 넘나들수 없는 강이 펼쳐졌다는 것 정도.

지난 2편에서 밝혔듯 기자는 1년전 오늘, PD수첩 방영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기사를 쓰며 '쉽게 상상하기도 어려운' 파문을 예감했었다. 예상대로 각 언론과 여론 게시판에선 엄청난 해일이 휘몰아쳤다. 촛불정국은 그렇게 불이 켜졌다.

다른 인터넷 저널리스트들과 마찬가지로 기자 역시 촛불 정국에서 굵직한 시국마다 현장에 있었다. 그 유명한 명박산성의 위용도 확인했다.(http://www.newsboy.kr/news/articleView.html?idxno=3542) "이런 바리케이트가 세계 역사에 또 있었냐"며 실소하던 젊은이의 모습은 잊혀지지 않는다. 정의구현사제단이 대통령의 회개를 촉구하며 군중 앞에 섰을 때의 모습도 기억하고 있다. (http://www.newsboy.kr/news/articleView.html?idxno=3727) 그들은 유머러스하게, 그러나 진지하게 "국민들을 더이상 때리지마"라고 외쳤다.

그에 앞서 본격적인 서막이 진동했던 5월 초 광화문 자리에선 끝을 알 수 없는 전운도 느꼈다.(http://www.newsboy.kr/news/articleView.html?idxno=3002) 하지만 무엇보다 충격이었던 것은 6월 1일, 물대포에 함께 휩쓸리며 바라본 국민분노의 정점이었다.(http://www.newsboy.kr/news/articleView.html?idxno=3381)  

그 수많은 현장에서, MBC 기자들은 성자와도 같은 대접을 받았다. PD수첩 광우병 보도편은 항시 집회자들에게 자신들이 왜 모였는지 그 기억을 환기시키는 대상이었고, MBC와 더불어 PD수첩은 '사랑해요'란 환호세례를 받았다. 

지난 1년간 정부견제 프로그램으로 주목받던 각 방송사의 간판이 차례차례 떨어져나가도 PD수첩은 언터처블이었다. KBS시사투나잇이 사라지고, YTN돌발영상이 폐지되며 줄곧 외압과 보복설이 나도는 상황에서 그 때의 기억을 나눠가진 이들에게 PD수첩까지 사라지는 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는 가정이었으니까. 

그러나 PD수첩 역시 1년이 지난 지금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명예훼손건으로 차례차례 검찰에 체포되는 제작진. 그들은 '기소를 전제로 한 수사이기에 응할 수 없다'며 사내에서 배수진을 쳤고, 결국은 바깥으로 나온 순간 현장서 체포되는 운명을 맞았다. 체포 후 묵비권 행사, 석방. 사실 이 모습을 보면 검찰의 움직임이 너무도 득 없는 것이란 생각에 의아하기도 하다. 

지난달 이춘근 PD가 아내와 드라이브 중 현장체포 됐던 밤, 블로거 저널리스트들은 비상사태로 전환해 움직였다. 독설닷컴, 미디어몽구 등 각 파워블로거는 새벽에 출사표를 던지며 MBC로 집결해 상황 보도에 나섰고 아침이 되자 서초경찰서엔 각 언론매체, 인터넷생중계팀 등이 호송 현장을 지켰다.

"사진찍는 것 까진 막지 않겠다"던 경찰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무의미해지는 돌발사태가 벌어진다. 이 PD는 호송 순간 KBS, SBS, MBC 등 각 중계카메라가 나란히 서 있는 지점에서 몸부림 치며 "언론자유 보호하라"를 외쳤다.(http://www.newsboy.kr/news/articleView.html?idxno=5101

마침 중계진 옆에 섰던 기자가 그 순간을 찍긴 했는데... 보시다시피 포커스가 완전히 나가버렸다. 그나마 건진 단 한장의 '몸부림치는 언론자유'였다.

시간을 두고 김보슬 PD도 바깥에서 체포됐다. 나흘 후 면사포를 쓰는 김 PD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촛불정국 1년을 앞두고 또다시 촛불시즌이 찾아오는 거 아니냐는 논란이 계속됐다. (http://www.newsboy.kr/news/articleView.html?idxno=5146)

그리고 공교롭게도 28일 어제, 1년전 당시 "역사에 부끄럽지 않길 바란다"는 클로징멘트로 진행을 마무리한 송일준 PD 등 나머지 제작진 4명이 다시 체포됐다. 사내 농성을 풀고 귀가하는 상황에서의 일이다. 원본 테입 압수수색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방영 1년이 지난 지금 PD수첩이 겪는 고난은 현재진행형이다.

쇠고기협상 타결 1년째 날이었던 18일, 장태평 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파워블로거들과 만났다. 실상은 다른 스케줄 때문이었으나 기묘하게도 미디어몽구, 독설닷컴 고재열기자 등 촛불정국 당시 스타로 떠올랐던 인터넷 저널리스트들과 하필 그날 간담회까지 갖게 됐다.(http://www.newsboy.kr/news/articleView.html?idxno=5158)

"촛불집회에 대한 평가를 내려달라", "또 현재의 PD수첩 체포 시국에 대한 소견을 달라"는 질문이 나오고, 장 장관은 광우병에 대해 "에이즈보다 더한 공포임을 공감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그리고 촛불집회에 대해선 "소통 부족을 우리들 국무위원들이 절절히 반성하도록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토로했다. 다만 PD수첩에 대해선 협조 대응에 나서는 편이 좋을 거라는 견해와 함께 조심스런 답변을 내놨다.

이에 대해 정운현 테터앤미디어 대표는 블로거로서 그에게 이런 대답을 내놓았다.  

그가 말한대로 PD수첩에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네티즌들이 한결같은 이유는 당시 PD수첩의 공로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먹거리 안전 및 민주주의 소통의 중요성을 정부에 더할 나위없이 상기시켰고, 추가협상을 통해 최고 논란거리였던 '30개월 딱지'를 떼내는 공적을 세웠다. 명예훼손건으로 검찰 수사 및 체포가 진행되는 것에 보복성이란 논란이 이는 것은 피할 길 없는 수순이었다. 

결국 이같은 정황이 쇠고기협상 타결과 PD수첩 방영, 그리고 촛불정국의 1주년을 맞은 오늘 'PD수첩의 눈물'과 맞물리며 또 한번 파문을 일게 했다. 아직까지도 과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으로 1년째 이어지는 긴 터널의 끝이 멀기만 하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