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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현정부는 가진자와 많이 배운자만 위하고 원한다" [인터뷰]

[인터뷰]"현정부는 가진자와 많이 배운자만 위하고 원한다"
'행정인턴 학력 나이제한 차별' 인권위 진정낸 민병기 씨


"큰 기대는 않았던 진정이었습니다. 헌데 지난 촛불정국에 이어 또 부담을 주는게 아니었나 싶었던 인권위가 용기를 내어주더군요."

민병기 씨의 목소리는 밝았다.

"실은 지난주 취직했습니다. 중소기업입니다."

축하 인사를 건넸더니 그는 웃었다. "눈높이를 낮추니 기회는 있더라"는 민 씨는 "그러나 이번에 응시했다 문제를 제기한 행정인턴 자리 역시 경력을 쌓을 기회로서 충분히 응시할 법한 눈높이였는데, 인권침해를 생각할만큼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27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의 행정인턴 채용에 학력 및 나이제한을 둔 것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이라 규정, 행정안전부 등에 수정할 것을 권고했다. 그리고 진정 제기로 이를 이끌어낸 것이 바로 민병기 씨다. 

민 씨는 지난해 12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모집한 행정인턴에 응시하려 했으나 당 건설청과 행정안전부가 지원자격을 만 29세 이하(만 18세 이상), 전문대졸 이상으로 제한을 둬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에 문제가 있음을 주장한 것.

72년생, 만 37세의 나이가 자격제한에 걸린 민 씨지만 사실 제기내용 중 학력제한은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는 자신이 "고학력자까진 안가더라도 일단은 와세다대학교 석사과정까지 마쳤다"고 밝힌다. 기타 과거전력 및 경험 역시 풍부한 편. 국토개발연구소(현 국토연구소)의 위촉 연구원이었으며 경실련에서 활동한 경력도 있다. 그러나 "전문대졸 이상이란 제한 역시 충분히 문제가 된다 판단했기에 인권적 차원에서 함께 제동을 걸었다"고 말했다.

"행정인턴이란 자리가 굳이 나이제한에 전문대졸 이상이란 커트라인을 둘 필요는 없다는게 제 소견이거든요. 그 정도의 공무 보조는 나이나 학력을 제한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봅니다."

그는 "현정부는 가진자와 많이 배운자만 위한다"며 "또 결국은 많이 배운자, 나이가 젊은 자만 필요로 하고 원하지 않느냐"며 시대적 유감도 함께 언급한다.

"이번 일은 정부기관 업무라 하면 인턴일지라도 나이와 어느정도 이상의 학력을 당연시하는 사회적 통념과의 싸움이라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민 씨는 단호히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건 '공무원의 이야기'에서나 그런거죠. 전 확신하건대 전국민적인 사회적 통념에선 절대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한 90퍼센트가량은 저같은 제한을 절대 당연시 여기지 않을 거라 봐요. 그런데 실상은 이런 거죠."

그가 던진 진정은 오늘 인권위 권고로 이어졌고 각 언론도 이를 보도하면서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솔직히 이번 문제제기 한번으로 큰 변화가 일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는다"는 게 민 씨의 말이다.

"아마 다음해에도 개선 없이 마찬가지겠지요. 이번 일 자체만으로 한번에 달라질 일은 아니니까요. 그러나 인권위 권고를 통해 '이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라는 도장을 세상에 찍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의가 있다라고 자평합니다."

마지막으로 따로 하고싶은 말을 묻자 그는 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남긴다.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너무 처음부터 눈을 높이진 않았으면 해요. 언젠간 정말 자신이 이루고자, 일하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경력을 쌓아간다는 마음으로 일단은 들어가야죠. 저도 처음엔 안보이더니만, 눈높이를 낮추고 찾아보니 일자리가 분명 있더라고요. 사람들은 눈높이를 조절해 기회를 찾고, 또 이런 이들에겐 기회가 제공되는 사회상을 보고 싶네요."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