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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

프린터 토너, 대용량이 대용량이 아니네...

프린터 초기토너 '눈가리고 아웅' 관행 여전
'대용량 사용' 광고도 결국은 표준토너량...소비자 주의사항

모 정당인 사무실에서 근무 중인 이 모씨는 최근 프린터 업체 E사에 상담전화를 걸었다가 황망한 대답을 들었다. 레이저프린터의 초기토너량이 표준용량보다 부족한 것에 대해 물었다가 "원래 그렇다"는 답변이 나온 것. 고객센터에서는 "E사에서 출시하는 모든 레이저 프린터는 초기제품에 들어있는 토너 용량을 줄여서 제품 판매가를 다운시킨다"고 밝혔다.

"실제 제품 구입시 들어있는 토너 분량은 정품의 1/2에서 1/3수준 밖에 안된다는 거죠."

이 씨가 전화를 건 것은 지인의 하소연 때문. "그 분 말이 대용량 초기 토너를 사용한다는 광고를 보고 E사 제품을 구입했더니 표준량의 토너가 들어있더라"며 "이에 화가 나 항의했더니 표준량의 1/2내지 1/3  수준인 저용량이 탑재되는 것에 비하면 엄연한 대용량이라고 답해왔다"고 전했다. 이에 본인 역시 확인 상담을 하자 위와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는 것.

제보를 듣고 우선 초기토너의 소량 탑재가 E사만의 '관행'인지 확인하기 위해 각 업체의 제품이 출시된 종합 전자마트로 향했다.    

"E사, S사 할 거 없이 전 제품 다 그래요. 처음엔 표준용량의 1/2 정도로 밖에 안 나와요."

서울 구로구에 소재한 한 전자제품 상가. 진열된 각 사의 레이저프린터를 둘러보다 탑재된 초기토너량을 묻자 직원은 "어느 회사 제품할 거 없이 표준량의 절반가량 밖에 들어있지 않다"고 밝혔다. 특정업체만이 아닌 전 업계의 관행이라는 것. 대용량 초기토너를 광고하는 모델에 대해 묻자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럴리 없다"는 대답이다.

그렇다면 '대용량 초기토너'라는 광고 역시 이같은 관행에 비추어 해석해야 할 부분인 것일까. 이번엔 제보 대상인 E사 고객센터에 이와 관련한 사항을 물어봤다. 결과는 제보 내용과 같다. "정품 표준용량과 대용량의 구분적 의미가 아니라 일반적 초기토너에 비해 대용량"이라는 설명이다.

"일반적 출시제품의 초기토너가 50퍼센트 내지 1/3 수준이거든요. 다만 XX4800 같이 예외적 모델이 있긴 한데 일단 전반적으로는 그것이 '기본용량'입니다. 우리 측이 광고에서 말한 대용량이라는 것도 일단 그보다는 많다란 뜻인거죠." 

그러나 앞서 제보에서 보듯 '대용량'이라는 광고가 이같은 관행을 모르는 소비자들에겐 엄연한 '기만행위'로 불쾌함을 전할 소지가 높다. "오해"라는 말만으로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는 것.

한편 레이저 프린터의 초기토너 용량을 줄여 가격 경쟁을 벌이는 업계 관행은 이전에도 지적된 바 있다. 지난해 같은 문제로 모 전문매체를 통해 "피해사례가 접수되고 있어 조치를 취할 것"이라 밝혔던 한국소비자원에 성과가 있었는지 문의해 봤다.

박승태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2국 서비스2팀 차장은 사실상 법률적인 대응은 곤란하다는 뜻을 밝혔다.

"초기토너를 프린터 제품의 구성품으로 볼 때 어떻게 생각할 것이냐는 제조업자가 판단할 부분이고요, 사실 이게 법률적으로는 애매합니다. 물론 도덕적인 잣대를 가져다 댄다면 이게 소비자들에 있어 문제가 충분히 되는 사항이고요, 다만 '몇십퍼센트 이상 반드시 초기토너에 넣어놔라' 같은 실질적 규제방안은 없는 게 현실입니다."

결국 이같은 관행은 문제 지적에도 개선점 없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가격 경쟁으로 인해 토너량과 출시가격을 함께 낮추는 모습은 소비자들의 또다른 불만 가능성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