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보이 기사(newsboy.kr)/스포츠

WBC 종막, 'WBC 시리즈' 종합

WBC 종막, 남은 이야기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하 WBC)이 24일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한국은 멋진 준우승을 일궈냈다. 3월 한달간 전국을 뒤흔들었던 'WBC 시리즈'를 묶어봤다.

1. 꽃범호, 김별명... 슈퍼스타는 별명도 서너개

김인식 감독과 슬러거 콤비 김태균 이범호, 그리고 에이스 류현진.

8개구단과 해외파가 모인 대표팀은 누구하나 빠지지 않는 MVP감이었지만, 특히 한화 이글스 얼굴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범호와 김태균은 별명시리즈에서 보듯 연예인이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김태균의 별명 중 대표적인 것은 '김별명'. 별명이 너무 많아 아예 이렇게 이름지어졌다. 그의 별명을 추려보자면 김타점, 김수비, 김홈런, 김만세, 김해결, 김질주... 활약상에 근거한 것이라면 사실상 아무 단어나 갖다대도 곧장 그의 것이 된다. 무한대로 증식하는 별명에 네티즌사이에선 아예 '별명 놀이'가 유행했다.

   
 
  ▲ '김홈런'을 포털다음서 검색하니 무한의 영역대가 펼쳐졌다  
 

그의 플레이는 절대적 인기다. 타석에선 대형 아치로 분위기를 압도하는 김홈런. 그러나 안타로 진루하면 김질주의 또다른 볼거리가 펼쳐진다. 거구의 그가 필사의 주루를 펼치는 것은 장엄함과 큐트함을 동시에 연출해 감동을 자아냈다. 뿐만 아니라 수비시엔 1루수 '김수비'로 나서 환상의 수비쇼를 펼쳤다. 공수 만능이란 그를 위한 말이었다. 

과거에도 '꽃범호'로 불렸던 남자, 이범호. 그는 이번 대회의 분투에다 드라마 특수(?)까지 누리며 또한번 '꽃범호'로 거듭났다. 특히 결승에서 9회말 극적인 동점타를 만들어내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었을 땐 MBC 중계석에서 '역시 꽃범호네요'를 연호하기도.

대회 시작 전, 한국팬들은 이승엽의 공백을 못내 아쉬워했다. 그러나 두 선수는 번갈아가며 그 빈자리를 느낄 틈조차 주지 않고 대포를 쏘아올리며 영웅이 됐다. 둘 다 지난 베이징올림픽의 골드팀엔 승선하지 못했으나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적 선수로 거듭나게 됐다.

 

2. 안방 TV? 이젠 인터넷서 모인다! 포털사 '트래픽 특수'에 환호

다음커뮤니케이션은 24일 "대회기간 중 스포츠섹션 트래픽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1000만 동영상 조회, 3배가까운 페이지뷰 증가 등 괄목할 수치가 공개됐다.

관계자는 결승이 치뤄지기 전인 24일 오전 "현시점까지 다음 스포츠 섹션의 평균 트래픽은 개막전보다 1.5배, 페이지뷰는 2.7배 상승한 걸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3년전 1회 때 기록과 대조해봐도 두드러지는 결과. 1회대비 순방문자 2.2배, 페이지뷰는 2.7배 높아졌다.

특이할 점은 여성들의 관심도 증대와 문자중계 관전객의 증가. 다음 측은 개막전 스포츠섹션을 방문한 이 중 여성방문자 비율은 18.5%였으나 기간 중엔 29.7%로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22일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전은 34%까지 치솟았다고. 

현지시차로 낮과 밤이 바뀌자 문자중계가 재미를 톡톡히 봤다. TV를 보기 힘든 직장인들이 모니터를 통해 문자중계로 살짝살짝 실시간 상황을 관전한 것. 낮시간대 트래픽 급증은 물론 18일 한일전 때는 경기시간 중 페이지뷰가 경기전보다 4.2배까지 폭증했다. 

국내 포털로선 유일하게 공식엠블럼과 명칭사용권을 확보해 독점 제공한 하이라이트 동영상은 '대박'이 났다. 총 1000만 히트수를 기록한 것. 한편 가장 많이 열어본 영상은 이치로가 봉중근의 견제위협에 돌아가던 '이치로 몸개그'로 160만 재생수를 기록했다.

 

3. 나카지마는 격투기 선수

허구연 해설자와 콤비를 짠 한광섭 캐스터는 결승 후반 일본 나카지마 선수가 타석에 나서자 이렇게 소개했다.

"저 선수는 격투기 선수입니다."

순간 과거 전력이 궁금해지는 순간, 그러나 이는 조크였다.

"저 선수 니킥도 하고 태클도 합니다."

공격 중 고영민의 더블플레이 중엔 무릎을 치는 수비방해가 나왔고 수비 중엔 도루하던 이용규 선수의 머리를 무릎으로 강타, 헬멧이 부러지는 상황도 연출했다. 덕분에(?) 격투기 선수로 전업해 버린 것. 또 하나의 중계진 명대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4. 허구연 데뷔앨범, 타이틀곡은 That's Yo

80~90년대 활약했던 하일성 해설자(현 KBO사무총장)가 현역에서 물러난 이래 스타해설자의 지존이란 단연 허구연 해설자 한사람을 위한 말이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때에도 숱한 명언을 만들었던 허 해설자를 MBC가 그냥 둘리 없다. 1라운드 때부터 아예 'That's Yo'를 중계 광고에 내보내는 등 전폭적 지지를 아끼지 않았고, 이번 대회에서도 그의 입담은 여전했다.

20일, 다음 유저 han50 님이 프로야구토론방에 올린 '허구연의 앨범출시'가 'WBC 핫 UCC' 게시판에 올랐다.(http://bbs.sports.media.daum.net/gaia/do/sports/bbs/group2/kbaseball/read?bbsId=F001&articleId=236812)

   
 
   
 

8만 조회수를 기록한 가운데 한 네티즌은 "허 위원, 저거 보고 뭐라 하실까"며 웃고 말았다.

 

 5. 의사 봉중근, 국노 정현욱... 항일 역사에 비춰진 스타 플레이어

1라운드, 한국은 일본과의 첫경기서 충격적 콜드패를 당했다. 몸매무새를 추스르고 중국을 14대0 콜드게임으로 묶은 한국은 다시 조순위결정전서 일본을 만난다. 이 때, 봉중근이 김인식 감독에 선발을 자처하고 나섰고 그는 1대0 영봉승의 주역이 됐다.

'봉중근 의사가 이치로 히로부미를 격파한 도쿄돔 의거'의 패러디가 인터넷 화제에 올랐다. 그리고 LG 측은 재빨리 한정 티셔츠를 판매하기에 이른다. (http://www.newsboy.kr/news/articleView.html?idxno=5050)

티셔츠가 논란에 오른 속에서도 봉중근 의사의 찬양열풍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히려 2라운드에서 또한번 선봉장으로 출격, 승리를 거둠에 따라 효과는 배가됐다.

정현욱은 '사노비'에서 '노예신'으로 격상하는 드라마틱한 영웅담에 담겼다. 삼성 마운드서 혹사당하던 그가 국가대표에 승선, 늦깍이 스타로 거듭난 스토리는 팬들의 감성에 즉효했고, 심지어는 '내가 조선의 국노다'라는 패러디가 나와 인터넷판을 폭소로 뒤집어버렸다. 한편 유니폼 등짝에 새겨진 'Jong'이 이와 함께 언급되기도.

안중근 의사와 명성황후 등 일제강점기 시절의 항일역사에 매치된 두 선수는 이제 한일전의 새로운 영웅으로 각인됐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