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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억짜리 희망' 거대백악종 앓는 아연이네 가족의 겨울나기

'7억짜리 희망' 거대백악종 앓는 아연이네 가족의 겨울나기
미국 원정길 오르는 어금니 아빠



"이건가요?"

"네. 이번에 받은 겁니다."

조심스레 꺼내든 패스포트, 그는 미국 비자를 펼쳐보였다. 몇번이고 진짜인지 확인해 봤을 그 비자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뉴스감 아닌가요?"라며 멋쩍게 웃어보이는 이영학 씨.


     
  ▲ 어금니아빠 이영학 씨의 비자. "편지로 빌고 또 빌어 받은 비자"라고 말했다.   

 

마침 방문한 날(24일) 비행 왕복권까지 마련했다. 연말 성수기를 맞아 까딱했음 자리를 못 구할 뻔 했다고.

"제일 저렴한 걸 구했는데도 오고가고 350만원이네요. 그나마도 딱 네 자리 남아있어 서둘렀어요."

이걸로 그의 겨울 준비는 끝났다. 그는 희망을 안고 다음달 미국 원정길에 오른다.
 


'7억짜리 희망' 거대백악종 앓는 아연이네 가족의 겨울나기 - 미국 원정길 오르는 어금니 아빠
 
'위대한 아버지' 무직 암환자 처지 딛고 미국 비자 발급 성공

왜 그가 '어금니 아빠'라 불리나 했다. 그런데 직접 만나보니 금새 알 수 있었다. 입술을 뒤집어 보여주는 잇몸. 딱 하나 남겨진 어금니가 보인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최근 또 다른 아빠의 칭호가 붙었다. 무려 미 영사관이 붙여준 이름,
'위대한 아버지'.

이영학 씨는 세계에서 딱 다섯명이 현존한다는 희귀병 '거대백악종'(턱뼈의 백악질이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 자라는 병) 환자다. 이 중 한국인은 두명. 그하고 딸 아연이다. 이 씨야 성장이 멈췄다지만 아연이는 이제 여섯살. 딸의 수술비 모금을 위해 국토원정에 나선지도 벌써 3년째. 그런 그가 이번엔 미국으로 장소를 옮긴다. 미국에서도 모금 동참을 희망하는 이들이 생기면서 이를 계획하게 됐다고.

"미국에서 1달러, 10달러씩 송금해 주고 싶다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이걸 송금받으려면 수수료만 4만원씩 붙는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직접 찾아가기로 했지요.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자 함이 더 크고..."

하지만 이는 큰 기적을 위해 또 하나의 작은 기적을 요하는 일이었다. 그는 "사실상 미국 비자를 절대 받을 수 없는 처지였다"고 말했다.

"전 암환자잖아요.(백악종 역시 종양이 퍼지는 희귀암이다) 게다가 무직이고. 이 나라 제일간다는 변호사에게까지 찾아가 물었지만 도무지 방법이 없다고 했어요."

마지막 방법이라 생각하고 그는 미 영사관을 향해 읍소했다. "남들이 비자 얻으려 서류 작성할 때 난 편지를 썼다"는 이 씨는 "편지를 통해 통사정을 했다"고 밝혔다. 편지는 세 사람을 거쳐 완성됐다. 이영학 씨가 한국어로 절박함을 담으면 아연이를 통해 알게 된 후원자 손진희 씨가 중간번역을, 그리고 역시 구글로 인연을 만든 미국인 '미스터 탐'이 최종번역으로 완성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미 영사가 회신을 보내왔다.

"그레이트 파더."

당신은 위대한 아버지라며 '오브 코스'를 대신한 그 한마디가 모든 걸 풀었다. 비자요청은 극적으로 승인, 올해 8월의 이야기다.
    
  
  ▲ 작년 수술 후 모습. 향후 20년간 몇번이고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  
 
 
맨하탄에서 로스엔젤레스까지 두 달간 여정에 기적을 기대

다음달 중순경 그는 처자를 서울에 두고 뉴욕 존에프케네디 공항을 통해 두달여간의 미국 원정을 시작한다. 아직은 이렇다할 계획이 없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아연이를 통해 알게 된 후원자들. 그래도 머나먼 땅에서 격려해 주는, 얼굴도 본 적 없는 그들이 이들 가족들에겐 의지가 된다. 뉴욕과 로스엔젤레스를 비롯 한인타운이 조성된 도시를 타깃으로 삼고 미주대륙을 횡단할 생각이다.

"대출받았어요. 겨우겨우 경비 마련했네요. 그래도 빠듯합니다. 처음엔 렌트카를 생각했죠. 헌데 각 주를 넘고 넘어 계속 사용하려면 한달 빌리는데 600만원 이상 든다는 말을 듣고 포기했어요. 주 내에서 저렴하게 빌릴 수 있다면 모를까, 일단 주와 도시를 넘는 데는 버스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겠네요."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이 씨는 사촌동생이 방학을 맞아 함께 동행하며 통역을 맡아 줄 거라고 했다. 물론 사촌 역시 겨울방학에 한해서만 도울 수 있다. 이후엔 다른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비자까지 마련했지만 여전히 무모한 시도임엔 틀림없다. 그는 "기적을 기대한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잊혀져 버린 5월엔 가족 동반 자살을 생각했다


이야기 도중에도 타 매체의 전화가 온다. 방송 섭외. 하지만 예전만큼의 관심은 아니다.

지난해, 그는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졌다. 방송, 신문 할 거 없이 부녀의 비극을 알렸다. 짱구 인형을 입고 전국을 돌며 전단지로 도움을 요청하는 아버지, 희귀병을 앓는 어린 딸과 이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가족사는 반향을 얻었고 지금껏 1억여원이 모였다. 이는 당장의 수술비와 전국일주에 쓰였다.

그러나 백악종의 악몽은 성장이 끝나기 전까진 멈추지 않는다. 목숨을 잃지 않으려면 20여년간을 계속해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 종양이 자라 얼굴이 일그러지면 뼈를 깎아내고 종양을 제거하며, 다시 같은 수술을 반복한다. 2년에 한번씩은 큰 수술대에 올라야 하는 것. 또한 얼굴 복원은 별개의 수술로 항시 이를 뒤따르고 치아가 없는 탓에 계속해 틀니를 넣는 치과치료를 받는다. 모든 게 끝나면 마지막으로 전면 임플란트가 필요하다. 그는 어림잡아 총합 7억에서 최대 10억원 가량을 예상한다.
     
 

                                ▲ 수술전 아연이 모습. 몇번이고 깎아내고 또 견뎌내야 한다.  
 

"얼굴복원은 회당 3천... 몇번이 될지 알 수 없는 종양제거가 회당 2천... 20년간 계속 해 넣을 유동식 틀니도 만만치 않아요. 그리고 마지막의 이(임플란트)가 아마도 1억 5천가량..."

매스컴과 여론의 관심을 받던 한때는 쉽게 풀릴거라고도 생각했었다 회상한다. "7만명이 1만원씩만 도와주면 모든게 해결되겠지"란 기대에 부풀었다고. 물론 성급한 계산이었다. 새삼 그의 나이를 떠올린다. 한국나이로 스물둘,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이 씨다. 여섯살박이 아이의 아버지가 됐지만 지금도 스물일곱. 시행착오와 성급한 낙관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관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후원은 줄었고 아연이의 종양은 다시 자랐다. 성급한 기대가 허물어지자 좌절이 밀려들었다. 악재도 쌓였다. 전국 순회 도중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인대가 파열됐다. 하지만 청천벽력은 따로 날아들었다. 이 씨에게 조건부의 시한부 인생이 선고됐다.

"의사가 죽을 거라고 했어요. 치매가 왔대요. 축두엽 간질이라던가? 집으로 향하다 정신차려 보면 전혀 다른 곳에 헤매는... 의사 말이, 운전을 하다가 순간 이를 망각하고 모든게 끝나버리는 것도 각오해야 한다고..."

이젠 홀로 움직일 수도 없다. 운전대를 잡을 땐 더욱 그렇다. 이번 미국 원정에 사촌동생이 함께 오르는 건 통역때문만은 아닌 셈이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근심, 마음 고생이 더해지면서 정신 질환, 우울증 초기증세까지 찾아왔다. 만성적인 병세도 악화됐다. 일순간 무너져버린 그는 급기야 가족동반자살을 계획했다.

"5월 이야기죠. 세명이서 좋은 차를 렌트하고, 좋은 곳을 여행한 뒤,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 잘 살아 보자는 그런 생각있죠?"

그레이트 파더란 찬사까지 받은 그이지만 역시 아직은 모든 것을 감내하기에 너무 어린 나이였다. 결국 이를 막고자 정신과 진료에 도움을 받게 됐다며 복용 중인 알약을 꺼내보이는 이 씨. 자신도 여러모로 수술 등 치료가 필요하지만 일단은 다 미뤘다. "내가 수술 한 번 받으면 아연이가 한 번을 못 받게 된다"고 덤덤히 밝힌다.

"이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어요."   
  
 



웃을 수 없는 아내

조금 아플 수 있는 질문을 던져봤다. 모금외에 따로 치료비를 충당할 직장을 가지고 있진 않느냐고. 실제로 그는 홈페이지 아연닷컴(http://www.ayun.co.kr/)에 오르는 리플을 보면 격려 댓글 속에서 틈틈이 "왜 모금으로만 치료비를 마련하고 이젠 미국까지 가서 그 일을 하려느냐"는 곱지않은 시선을 본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에 대해 "직장을 가질 수가 없는 몸이 됐다"고 설명했다.

"직장을... 못 가지죠. 암환자에, 국졸에다가, 게다가 이번엔 인대까지 나갔죠. 또 정신질환 약까지 먹고 있으니. 설령 누군가 일자리를 준다고 해도 이런 몸 상태로는 일을 할 수도 없어요. 그리고 제겐 이렇듯 전국을 일주하는 것도 틀림없는 아버지로서의 노력이예요. 지금은 이게 현실에서의 최선이라고 믿어요."

다만 미래계획은 있다. 그는 운전 면허 2가지에 배를 몰 수 있는 면허증을 꺼내보였다. 운송업에 어부까지, 이걸로 가능한 생업을 모두 염두하고 밑천으로 준비해 놓은 것. 그렇기에 얼마전 축두엽 간질 판정은 더욱 크게 와 닿는다. 

이야기 도중 그에게 "생각보다 낙천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속으로는 울고 있다"고 웃었다. 반면 아연이 어머니인 최미선 씨 얼굴은 그늘져 있었다. 소리내어 웃기도 하는 남편과 달리 그녀는 집에 머무르는 내내 인사 외엔 한마디도 건네지 않는다. 환하게 웃는 모습은 사진첩에서만 확인했다. 하나는 방송출연 당시 제작진이 만들어준 가족사진. 그리고 또 하나는 한살된 아연이를 안은 새댁 시절. 특히 후자의 것은 현재와 너무나도 분위기가 달랐다.
     
 

                  ▲ KBS 아침마당 출연 당시 선물로 받은 가족사진.   
 

"저 사진이요? 아연이 병을 알게 되기 딱 두달전 사진이에요. 아무 것도 몰랐을 때죠."

아연이가 아파 병원에 데려갔던 이 씨는 "따님도 같은 병을 앓을 것이다"란 말을 듣고 피눈물을 흘렸다고 밝혔다. 그리고 집에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저 사람에게 너무 미안해서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엄두를 못냈어요. 어떻게 집에 들어가야 할지 몰라 망설였지요."

미선 씨는 아직 젊은 이영학 씨보다도 네 살이 어리다. 열여덟에 아연이를 낳았고 이제 올해로 스물 셋. 같은 병을 앓는 남편과 딸이 짊어진 무게를 결혼 후 벌써 6년째 함께 나눠 가지고 있다. 그래도 그녀가 엷게나마 미소를 띠는 건 역시 아연이와 함께 놀아줄 때다.
    
  
     
  
 
내가 겪었기에 아연이의 운명을 안다

"아연이, 지금 제일 아픈데가 어디야?"

아빠의 질문에 아연인 곧장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킨다.

"치통 겪어 보셨죠? 그 10배라 생각하시면 돼요. 저도 그렇고, 아연이도 그렇고 언제나 만성적으로 고통을 겪어요. 하지만 이젠 이렇게 나도 웃고, 애도 웃고... 이렇게 고통도 생활이 됐어요. 진통제요? 먹으면 계속 늘어만 갈텐데 못 먹죠. 게다가 아까 제가 먹는 다른 약들 분량 보셨잖아요?"

아연이는 의젓하다. 엄청난 고통과 싸우고 있는 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밝아 보였다. 웃기도 잘 웃는다. 하지만 어린 지금보다 오히려 철이 들 때가 더 어려울지 모른다. 이영학 씨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오히려 나중에 자라면서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요?"

그도 동의한다. 그는 아연이를 볼 때마다 아프다고 했다. 그저 부모의 감정으로서만이 아니라고 했다. 본인이 직접 겪었기에 안다고 했다.

"제가 국민학교만 졸업하고 진학하지 않은건 감당 못했기 때문이에요. 학교에서 줄곧 애들한테 괴롭힘 당했어요. 안 겪은 사람은 몰라요. 저 애도 같겠죠. 두 해 뒤면 학교에 갈 나이니 걱정이 많아요. 특히나 여자애 아닙니까. 이빨도 하나 없고, 남들과 전혀 다른 아이에게 어떤 일이 기다릴지 전 겪어서 알아요."

하지만 사춘기를 잘 극복하고, 치료까지 마친 뒤 훌륭히 장성한다 해도, 진짜 아픔은 그 때부터 시작된다.

"아연이는 결혼도 못하겠지요. 하지만 설령 결혼한다 해도 아이를 낳을 수 없어요. 또다시 유전되니까..."

부부는 아연이를 낳을 당시 의사가 "절대 유전되지 않는다"고 진단한 것에 안심했다. 하지만 결국은 세상에 몇 안되는 희귀병을 되물림하게 됐다. "혹 아연이의 아이는 병을 피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묻자 이 씨는 "우리 때와 달리 아연이는 100% 확실"이라 답했다.

"의사가 진단하기를, 아연이는 유전될 우성인자를 다 갖고 있다더군요. 낳으면 무조건 그 아이는 병을 물려받게 됩니다. 해서 절대 낳을 수 없어요."

그는 체념하고 있었다. "그저 우리 가족사에선 마지막 아이가 될 아연이만 잘 되길 바란다"고 속내를 밝힌다.

고독의 고통은 먼 미래의 일을 꺼낼 것도 없다. 지금도 아연이는 엄마와 아빠, 삼촌 등 몇몇 친지 외엔 모르고 살아간다. 동네 이웃들은 자녀가 아연이와 어울리는걸 꺼린다고 했다. "전염되는 병이 아님을 알려보지 그러냐"고 묻자 그는 소용없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우리야 그렇게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정상인과 다르다는 사실만으로도 기피하는거죠. 사실 아직 저 나이 애들이야 그런 걸 알고 피하겠어요? 하지만 부모들에겐 아연이가..."

그는 사실 우릴 가장 힘들게 만드는건 치료비 문제나 관심이 아니라 주위의 시선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제 꿈은 고아원장입니다. 아연이와 비슷한 처지의 애들을 다 맡아주면 좋겠다 생각해 봐요. 물론이건 아연이가 다 낫고 여유가 생겼을 때 일이겠지요."
     
 

 ▲ 아연이의 최근 모습. 수술 후 좋아진 모습이지만 다시 종양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7억짜리 '빚'덩어리가 내겐 '빛'덩어리다

이영학 씨는 아연이를 두고 '7억짜리 빚'이라고 표현한다. 그와 동시에 '희망'이라고도 표현한다. 

"카드빚 5천에 자살하는 사람들 기사를 봤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전 저런 사람들 보면 웃기지도 않아요."

경제난으로 실의에 빠진 이들에겐 독설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그렇게밖엔 생각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돈 때문에 죽어요? 저도 죽으려 했지만, 돈으로만 따지면 우린 7억짜리 빚을 끌어안고도 살아요. 아연이 쟤는 7억원짜리 빚덩어리로 태어났다고요. 하지만 저하고 이 사람한텐 그런 얘가 곧 희망이예요. 우리도 이렇게 다 잘 될거다 하며 사는데요."

어떻게 채워야할지 모르는 7억의 치료비. 막막하다며 "절반정도만 마련되도 나머진 어떻게든 해보겠는데..."라 몇번이고 토로한다. 하지만 아연이는 그에게 있어 희망이자 기적의 증표다. 힘들지만 모든 걸 감내하고 살아가는 이유가 된 딸아이. 어느새 아연이는 이들 부모에게 있어 '빚덩어리가' 아닌 '빛덩어리'로 그 존재의 의미를 완전히 뒤집은 아이가 됐다.   

아연이에게 물었다. "장래희망이 뭐냐"고. 부정확한 발음이지만 확실하게 "경찰이 되서 도둑 다 잡을거야"라고 말한다. 이 씨는 쓴웃음을 지었다.

"실은 집에 세번이나 도둑이 들어 결혼반지까지 새로 맞춰야 했어요. 그런데 이를 보던 아연이가 경찰이 되겠다 하더라고요."

자신을 생각하는 엄마 아빠의 맘을 알아주나 보다. '7억짜리 희망' 아연이, 이쯤하면 효녀가 따로 없다.

돌아갈 즈음, 아연이는 내게 선물을 주겠다며 고사리 손을 내밀었다. 하트모양에 녹색물감이 담긴 열쇠고리. 부모에게 받은 것만큼 베푸는지 정이 많다.
     
 

 ▲ 두번 사양하고, 세번째에 받았다.  
 

 
어금니 두 개만 있어도 행복한 삶

이영학 씨는 아연이가 어쩜 수년내 죽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동안 말해왔던 앞으로의 고통도 살아 있어야만 감내하고 말고 여부가 가능한 것들. 하지만 더 이상 그는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고통스러울지언정 희망을 놓지 않는 삶이 죽음보다 더 낫다는 것을 묵언으로 전달해 왔다. '억' 소리가 절로 나는 빚마저 '빛'으로 바꿔버리는 그이기에 가능한 일인지 모른다. 

"따로 전하고픈 말씀 있어요?"

"'기사 보시는 분들, 도와주세요'란 말부터 하고 싶네요. 그리고..."

말하다 말고 더듬는다. 또 턱이 빠졌나 보다. 빠지면 다시 금새 되돌려놓는게 일쑤. 다시 말을 잇는 이 씨는 "씹을 수 있는 어금니만 있으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사는게 힘들다 생각하는 분들, 어금니 두개만 갖고 있으면 저희보다 행복하다는걸 깨달으실 겁니다. 전 한개예요.

그리고 우리 아인 지금 두개 있는거 마저 다 빼야 합니다. 전 그나마 어금니 아빠라지만 쟨 어금니 아이도 뭐도 아니예요."

미국에서 겨울을 나고 다시 돌아오면 그는 다시 전국 대장정에 오른다. 이들에겐 삶 자체가 사철내 겨울을 나는 듯 시련이다. 그래도 어금니 아빠는 멈추지 않고 이번엔 다섯걸음 걷고 기도를 한번씩 올리는 5보 기도회에 도전할 계획이다. 이 나라에서 거대백악종을 앓는 딱 두 사람의 부녀, 그리고 어찌 매듭지어질지 모를 이들의 미래를 지켜보는 아내이자 엄마. 이들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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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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