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당선자 취임 축하 전문, 숨겨진 메시지를 찾아라
문국현 초안 작성, 본회의서 수정된 완성본 분석해보니...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제안, 채택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 축하 결의안'이 15일 오전 문 대표와 김형오 국회의장을 통해 캐서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에 전달됐다.
이 축하문은 문 대표가 초안을 작성, 상정했으며 이에 각 당의 수정 요구가 수렴돼 최종안이 나왔다. 57년 전 아이젠하워 대통령 당선자에 전해진 것에 이어 한국 국회가 미 대통령 당선자에 축하결의문을 보내는 두번째 사례로 기록된 이번 글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전문 소개와 함께 짚어봤다. 한편 본지는 아이젠하워 대통령에 보냈던 것도 입수하고자 했으나 이는 문 대표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
버락 오바마 미합중국 대통령 취임 축하 결의안 채택의 건
동의연월일 : 2009. 1. 13.
동 의 자 : 홍준표·원혜영·
문국현 의원
외 271인
주 문
대한민국과 미합중국은 1882년 수교 이래 전통적인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하여 왔고, 1948년 한국정부수립 이후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체결을 통해 양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 아래 안보 및 경제 협력을 통하여 동맹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현재 한․미 양국 국회는 한국 국회의 한․미 의원외교협의회와 미국 의회의 코리아 코커스(Korea Caucus)를 통하여 양국 관계의 우호 증진을 위하여 기여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회는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이를 계기로 21세기 한․미 동맹을 미래지향적이고 전략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다.
이에 대한민국 국회는 오바마 대통령의 재임 기간 중 한․미 관계가 더욱 공고해지기를 희망하면서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1. 대한민국 국회는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여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2009년 1월 20일 제44대 미합중국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고 성공을 기원한다.
2. 대한민국 국회는 오바마 대통령의 재임기간 중 21세기 한․미 동맹 관계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인권존중의 원칙에 입각하여 미래지향적이고 전략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
3. 대한민국 국회는 한․미 양국이 긴밀한 대화와 협력을 통하여 북핵 및 북한인권 문제 등 양국의 주요 관심 사안을 지혜롭게 해결해 나감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4. 대한민국 국회는 미국이 국제적 지도력을 통하여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고 호혜와 평등 속에 국제경제 질서를 재수립하며 인류 보편적 가치의 존중 아래 범세계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기를 바라며, 이를 적극 지원할 것이다.
제안이유
한․미 동맹은 반세기 이상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으며, 양국 간 다양한 분야에서 호혜적인 협력을 계속 확대․발전시켜 왔음.
한․미 양국은 21세기 새로운 대내외 정세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해 나가기 위해 공동의 가치와 신뢰를 기반으로 한층 더 높은 차원의 동맹으로의 발전을 추구해 나가기로 합의하고, 이를 적극 추진해 오고 있음.
또한 한․미 양국은 한․미 안보현안 뿐만 아니라, 금융 위기를 비롯한 에너지, 자원, 환경, 빈곤 등 범지구적인 현안에 대하여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음.
이에 대한민국 국회는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함으로써 전통적인 한․미 유대관계가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하는 취지에서 본 결의안을 제출함.
전달자 대표로 김형오 국회의장,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캐서린 스티븐스 미 주한대사 앞에 나섰다.
주문을 살펴보자. '무난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사료된다. 대한민국과 미합중국의 1882년 수교 및 이후 전통적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했다는 내용, 1948년 정부수립 후 1953년 한미 상호방위 조약 체결까지 이어지면서 양국이 동맹관계였음을 전달하고 있다. 새 대통령에 대해 그간의 친선을 환기시키는 부분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 안보 및 경제협력 명기도 빼놓지 않았다.
세번째 문단서 '오바마 대통령 취임을 대한민국 국회가 진심으로 축하한다"란 대목이 나온다. 21세기 한미 동맹을 미래지향적, 전략적 발전으로 도모한다는 부분 역시 무난한 선택.
국회의 결의는 4가지로 요약, 구분됐다. 1번 문단은 그에 대한 축하메시지로 '성공을 기원한다'란 광의적 표현을 썼다. 번역 전달에 있어 큰 어려움이나 오해의 여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좋게 말해도, 나쁘게 말해도 '무난하다'란 표현이 어울린다.
두번째 부분은 대한민국 국회와 오바마 미 대통령의 파트너쉽을 담고 있다. '재임기간'이 앞서 주문에 이어 또 한번 명기됐다.
주목되는 부분은 정치적, 경제적 우호관계 외에 '인권존중의 원칙'이 나온 것. 어떠한 메시지의 표현인지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추정이 가능하겠으나 "한국과 미국, 양국이 동등한 관계"라는 점을 '인권 존중'이란 수평적 사고에 기대 에둘러 전달하고자 했다면 단순한 축하를 넘어 우리 측 존재감을 어필하고자 한 전략이라 볼 수 있다. 작성자의 의중이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3번, 항목을 통째로 할애해 대북 관계와 한반도 평화를 강조했다. 한미간 군사 방위적 협력이 내재된 한편, 북한 측을 도발할 법한 표현은 없는 것이 특성. '북핵', '북한인권 문제' 등으로 요약한 표현은 일단 평화적 제어와 조율에 포커스를 맞췄다 할 수 있다. 역시나 곡예보단 안정된 줄타기를 선택했다.
네번째가 일종의 주문인데, '미국이 국제적 지도력을 통해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고 호혜와 평등 속에 국제경제 질서를 재수립하며 인류보편적 가치의 존중 아래 범세계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길 바라며 우린 적극 지원하겠다'란 이야기는 일단 미국의 위상을 인정하고 있음을 전제한 것이다. 존재적 동등함 여부를 떠나, 최소한 국력에 있어선 미국이 국제경제 질서와 번세계적 문제 해결 등에 직접 관여하는 초강대국임을 한국 국회가 의식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적극 지원'을 통해 동맹국으로서 도울 수 있다는 의사를 전하고 있다. 포지션 선택에 있어 현실을 반영했다고 할 수 있으나, 구체적 이야기는 아니기에 더 깊이 들여다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이어지는 제안이유 역시 네가지 내용을 담았다. 첫 문단은 양국 동맹이 반세기 이상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것과 다양한 분야에서 효혜적 협력을 확대시켜왔음을 전제하면서 이번 축하문이 동맹관계를 도모하고자 함을 기본 전제로 삼았음을 알리고 있다.
두번째 문단이 21세기의 정세변화 대처에 있어 양국 동맹이 더 높은 차원의 발전을 추구하고 있음을 명시한 부분인데, 이것이 계속됨을 희망하고 있음을 암묵적으로 담았다. 다만, '공동의 가치와 신뢰를 기반'이라는 표현은 이것이 자유민주주의에서의 정치적 친밀도를 담았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나, 경제적 협의 및 양보 부분까지 확대 해석할 수 있을지는(설령 FTA 합의를 의식한다 해도) 미지수. 이를 받아들이는 버락 오바마 차기 대통령이 어디까지 해석해 받아들일지가 궁금한 사안이다.
세번째는 보다 구체적 발현이다. '안보현안 뿐만 아니라 금융 위기를 비롯, 에너지, 자원, 환경, 빈곤 등 번지구적 현안에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라 밝혔다. 앞서 언급한 경제적 부분은 물론, 환경적 문제와 복지 부분을 다뤘다. 그러나 이는 '범지구적 현안'이란 표현을 담고 있어 양국 협력사안이 아닌, 국제사회에서의 활약을 서로간에 지원한다는 '국제사회에서의 동반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이번 축하문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지난 날의 개발도상국을 넘어 국제적 위상을 닦는 수준으로 발전했음을 간접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역시 초안 작성자인 문국현 대표의 내재적 전달능력을 엿보게 하는 부분.
마지막으로 국회의 이번 축하문의 취지를 담았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을 축하함으로서 전통적 한미 유대관계가 발전하기를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통해 다시한번 축하인사를 건넸다. 한편으론 이번 축하문이 유대관계의 돈독한 발전을 바라는 뜻에서 출발했음을 함께 전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에 전달된 축하 결의문은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표현에 있어선 무난한 노선을 택했으나, 반면 부분부분마다 숨겨진 표현도 엿보이는 결과물이다. 단순히 의례적, 답사적인 축하의식으로 그치지 않고 한국의 존재감을 함께 어필한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이것이 수신자 측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또 순도성을 보존하며 전달될지는 미지수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