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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블로거, 고독한 3년전쟁서 이기다 ['쓰레기시멘트' 최병성 목사 인터뷰]

 

[인터넷저널리스트의 이야기]5.블로거,고독한 3년전쟁서 이기다 
'쓰레기 시멘트' 감사 국회 통과 이뤄낸 파워블로거 최병성 씨 

  
# 인터넷 시대를 맞아 언론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인터넷 저널리스트들의 이야기. 인터넷 기자, 블로거 기자들이 털어놓는 오늘날의 좌충우돌 스토리를 들어본다.

 

"난 한 놈만 패"란 영화 속 명대사(주유소 습격사건의 무대포)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블로거가 있다. '쓰레기 시멘트' 하면 곧바로 이름을 떠올릴만치 유명한 파워블로거, 최병성 씨가 주인공. 만 3년간 '유해 시멘트'란 아이템 하나만 줄곧 파헤쳤던 그가 드디어, 여기에 종지부를 찍으려 하고 있다.

     
 

 
     
  
5. 블로거, 고독한 3년전쟁서 이기다-'쓰레기 시멘트' 감사 국회 통과 이뤄낸 파워블로거 최병성 씨

 

15일 저녁, 경기도 안양에서 그를 만났다. 지나간 전쟁, 앞으로 남은 잔여 전투, 그리고 새로운 전쟁의 예감에 대한 이야기가 2시간동안 진행됐다. 자연환경을 두고 홀로 장기전을 벌여왔다는 고독한 전사와의 인터뷰, 어느새 나 역시 '환경전'의 독불장군을 대하는 종군기자가 되어 있었다. 그와의 대화를 20문20답으로 꾸며봤다.

 

1. '쓰레기 시멘트 감사 청구' 국회 본회의 통과 순간, 지켜보던 나는 춤을 추고 있었다

질문 - 어제(14일) 당신이 게시한 '쓰레기 시멘트 감사 청구 국회 본회의 통과'에 대한 블로거기사를 읽었다.(13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재활용 시멘트 사용에 대해 감사원이 나서는 감사 청구를 통과시켰다. 그는 이를 소개하는 블로거기사로 다음블로거뉴스 베스트에 올랐지만 조회건수 1만여명을 기록했을때 권리침해 신고로 블라인드 처리됐다) 소감을 밝히자면?

답변 - 감회가 새롭다. (웃음) 기뻐서 춤을 췄다. 갑자기 정보통이 전화로 "지금 통과됐어요!"라고 외치질 않는가. 얼른 생중계 중이던 국회방송을 틀어봤더니 TV 속에서 국회의장이 봉을 두드리고 있었다. 보다가 소리를 지르며 춤을 췄다.

 

2. 국회 본회의 통과는 승리한 것, 일개 블로거가 시작한 일이 국회서 다뤄져... 그러나 언론보도는 '제로'

질문 - 유해 시멘트는 이제 국회를 통해서도 다뤄질 사안이 됐다. 이어질 행보는? 그리고 언론보도는 생각보다 안 이뤄진 듯 한데...

답변 - 제로다. 어제의 시멘트 국감 보도를 다룬 언론사는 내가 확인한 바 한 군데도 없다. 그러나 일개 블로거가 시작했던 일을 두고 국회가 감사 문제로 다뤘으니. 이는 놀라운 일이다. 하느님의 뜻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젠 국회 감사가 통과됐으니 그간의 자료를 감사원에 제출하는 일만 남았다. 물론, 다른 일도 하나 남았다.

 

3. 블로그의 힘이 강력한 로비를 삼켜... 사실은 기대 안했다. 만 3년이면 꽤 빨리 맞이한 성과

질문 - 어제 게시글을 보니 한나라당 의원들의 활약이 꽤 많더라. 사실 다음블로거뉴스에서 한나라당 의원이 칭찬받는건 보기드문 일인데?(웃음)

답변 - (웃음) 실은 작전을 잘 짰다. 이번 일은 한나라와 민주의 공조로 이뤄졌는데, 처음부터 이번 일의 성사엔 아무래도 한나라 측의 힘이 여실할 수 밖에 없었다. (작전 이야기는 오프 더 레코드) 이번 일은 결국 블로그의 힘이 어느 정도인가를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축적된 자료의 힘이기도 하다. 사실 시멘트 기업의 로비란 대단한 것이었는데, 이를 블로그가 이겨낸 것이니 대단한 것이 아니고 뭐겠는가.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통과될 것이라고 기대를 못했다. 막강한 로비에 막히지 않겠나 하고 염려했다. 더 솔직히 밝히자면, 좀더 오랜 시간을 예상했다. 2006년부터 만 3년 동안의 싸움이었는데, 예상에 비하면 꽤 빨리 진행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일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잘 진행됐다.

 

4. 블로그 있어 가능한 승리였다. 새로운 세상이 온 것... 그래도 '환경 파워블로거'는 내게 낯설다

질문 - 어떻게 가능했던 일인가.

답변 - 블로그가 있었기에 무모한 싸움이었음에도 가능했다. 언론보도도 많이 이뤄졌다. 정말 새로운 세상이 온 것 같다. 그래도 나한테 '환경 파워블로거'라 말해주는건 익숙치 않다. 전에 서울시에서 나를 한 행사에 초대하던데 소개말이 글쎄 '환경 파워블로거'였다. 난 "그런 것도 있었나?"하고 웃고 말았다. 또 전에 누가 나를 '파워블로거'라 불러주던데... 사실 난 놀랍게도 컴퓨터를 지금도 못 만진다. 하는 거라곤 글자 치는 것 정도? (웃음)

 

5. 아직 끝난 것 아냐, 위헌 청구 소송도 개시한다

질문 - 앞으로도 거쳐갈 암초가 있을텐데?

답변 - 물론이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이 내게 귀띰해 주더라. "목사님, 나중에 로비 때문에라도 감사가 흐지부지 될 수 있으니 준비하세요"라고. 감사가 진행된다고 해서 완전히 손 놓고 있을 순 없다. 그리고 자칫하면 저들 이야기에 감사원이 설득당할 가능성도 있다. 생각 이상으로 시멘트 문제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해서 아까 감사원에 자료를 계속 제출하겠다는 것도 이 때문에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아까 또다른 일이 남았다고 했는데 이젠 재활용 시멘트 사용에 대한 위헌 청구 소송에 나설 차례다. '재활용'이란 허울 좋은 말로 쓰레기 시멘트가 용인되는 것을 법적으로 틀어막고자 나설 생각이다.

 

6. '문제 있으면 검찰 고발하라'고 하지만 어떤 업체도 그렇게 못해, 미네르바 구속에 뭔가 시도는 하던데...

질문 - 그간 업체 측도 가만 있진 않았을텐데.

답변 - 항시 내게 설득을 시도하거나, 협박해 오거나 했다. 내 블로거기사에 딴지도 많다. 허나 "정말 내 기사에 문제 있으면 검찰에 고발하라"고 나오면 아무도 그러질 못했다. 자신들이 곤란해질 일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동시에 이는 내가 틀리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은 최근, 미네르바가 구속되면서 '우리도 해보자'라며 업계에서 나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다 제소했다. 허나 본인들도 "미네르바와는 상황이 다르기에 최 목사는 안될 것"이라 자조하는 걸 건너건너 들었다.

  

7. 권리 침해 신고로 블라인드 처리된 게시글 목록이 페이지 넘길 정도... 이젠 익숙하다

질문 - 실은 어제 게시물에 대한 기사를 내 보려 했는데, 이게 곧장 블라인드 처리가 돼 복잡해져 버렸다. 딱히 어딘가를 표적으로 삼거나 한 글은 아니었던 걸로 알고 있어 좀 의외였다. 다음 측에 문의했더니 "일단 제 3자에겐 권리침해 신청자를 알릴 수 없다"는 답변을 듣고 왔는데... 전에도 양회협회 등을 통해 권리침해로 인한 블라인드 처리가 잦았던 걸로 안다.

답변 - 맞다. 그리고 이번에도 양회협회가 권리침해로 걸었다.(웃음) 지난번에 "왜 내 글을 지우셨나요..."란 글로 반발했었는데... 맞다, 이것도 블라인드됐었구나.(실소) 자주 있는 일이다. 블라인드 목록을 살폈더니 모니터에 보여지던 페이지를 훌쩍 넘겨 버리더라. 난 권리침해 신고를 악용한 것이라 생각한다. 당위성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가리고 보자는 심사라고 밖엔 생각되지 않는다. 막상 검찰 고발 등에 나서지 않고 이걸로 끝내는게 증거가 아니고 뭐겠는가. 내가 권리침해 여부에 수긍하려면, 그만큼 내가 꺼낸 근거에 문제가 있거나 해야 할 터, 난 추측성 이야긴 전혀 쓰지 않고 오직 근거에 의거해 블로거기사를 낸다. 그리고 여기에 자신이 없다면 꺼내지도 않았다. 이래뵈도 목사인데... 교회 일도 뒷전이고 이래저래 찍히면서 문제성 다분한 일을 왜 벌이겠나. 블라인드에 대한 대응? 걸려도 딱히 대응하진 않는다. 왜냐면 어차피 한달후면 풀리니까...(웃음)

 

8. 권리침해로 블라인드 처리가 된다면, 적어도 누가 어떤 이유로 이를 청했는지는 공지해 주길 원한다

질문 - 다음 측을 통해 블라인드에 대한 사정을 듣고 왔다. "부적절함을 의심할 필요없을만큼 기본적 사안은 딱히 누군가의 신청 없이도 포털 자체에서 걸러내지만, 일단 누군가가 명예훼손이나 저작권 침해 건을 들며 권리침해 신청을 할 경우엔 자체적 판단이 불가, 일단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게 포털 입장"이라 사정을 밝혔다.

답변 - 으음, 내가 다음에 바라는게 있다면, 권리침해 접수로 블라인드 처리를 하더라도 누가 어떤 이유로 이를 신청했는지는 공개했으면 하는 점이다. 당연히 문제가 될 일이라면 신고대상자인 내가 곤란해질 일이고, 그게 아니면 악용을 막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딱히 다른 문제가 차후 벌어지지 않는 것은 나를 신고하는 이들도 잘 알기에 '일단 막고 보자'는 심사로 거듭하는 것이다. 정말 내 주장이 문제가 있었다면 국회가 시멘트 문제를 인정하고 감사안을 통과시켰겠는가. 

 

9. 내 주장엔 과장도, 왜곡도 없음을 자신한다

질문 - 섭섭하게 들릴진 모르나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최병성 목사는 참 (환경운동을)열심히 하는 사람임엔 틀림없지만, 실험 근거에 대한 의구성이라던지, 혹은 저 측 실험결과에 승복하겠다던 말을 번복하거나 하는 문제도 분명 있다"라고.

답변 - 내 주장과 근거에 과장이나 왜곡이 있었다면 과연, 내가 여기에 이렇게 있을 수 있겠는가? 난 시멘트 문제로 인해 적이 많은 사람이고 또 이로서 알려진 사람이다. 문제가 있었다면 필시 저들이 이를 공격해 들어왔을 것이다. 언론 역시 가만 있지 않았을 것은 자명하다. 지난 3년 중 내가 섭섭하게 느낀 것은 내 일에 동조해 주던 몇몇 블로거가 등을 돌렸던 일이다. 내 뜻에 지지하던 이들이 언젠가 모 공장을 견학한 뒤 그 하룻만에 내가 잘못된 근거로 움직이고 있으며 지적하는 시멘트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나섰다.

 

10. 설득 당하는 건 일도 아냐... 신약 테스트에서 조금이라도 유해 가능성 있으면 딴지 걸어야 정상 아닌가?

질문 - 그러나 결국은 이를 수긍할 수 없고 본인의 '유해하다'란 근거와 주장에 대해선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인가.

답변 - 물론이다. 이후 난 그 업계 관계자에게 "대단하다, 어떻게 단 몇시간만에 저들을 설득시켰냐"고 물었다. 그는 "아이구 목사님, 그게 뭘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라며 웃었다. 솔직히 말하건대, 이는 저들에 있어 "블로거들은 참 쉽다"라고 밑보일 수도 있는 일이다. 언젠간 누가 '금붕어 실험'을 논하며 내게 "왜 그리 실험결과를 과장하십니까"라고 물었다. 난 "그럼 신약을 테스트할 때 조금이라도 위해성이 있으면 제재하는게 당연하지 당장의 시각에만 따르느냐"고 반문했다. 그리고 실제로 금붕어들은 죽어갔다. 업계인들은 정작 내 앞에선 침묵하는 편이다. 내가 이것 저것 지적하고 나서면 할 말을 잃는다. 내 신념이 틀리지 않았음을 믿는다.

 

11. 업체나 당국에선 자신에 유리한 것들만 꺼내들고 심지어는 궁상맞은 변명까지 꺼내 '재활용 시멘트'를 납득시키려 한다. 해서 난 받아들이지 않는다. 

질문 - 시멘트 업계 측도 나름 자신들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실험결과나 근거를 제시할 텐데, 이에 대해 받아들일 부분은 없는가?

답변 - 그들은 자신들에 유리한 것들만 꺼내보일 뿐 어떠한 불리한 점도 내놓지 않는다. 환경부 등 당국 역시 별 다를 바는 없다. 언젠가 한 부처가 다이옥신 등을 두고 실험을 했는데 이의 농도가 짙어지니 유해성이 감소됐다며 "폐기물을 더 넣으면 유해물질이 더 안나오더라"란 조사결과를 밝혔다. 그래, 이걸 조사라고 밝힌단 말인가. 또 환경부는 이번 국정 감사에서 '쓰레기 시멘트'의 정당성 여부를 추궁하는 한 의원의 질의에 "세계적 추세가 재활용"이라 하던데, 이건 궁상맞은 변명으로 밖엔 들리지 않았다.

 

12. 놀랍게도 한국엔 시멘트에 대한 어떠한 규제 기준도 없다. 이런 나라는 없다. 내가 싸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질문 - 결국 납득할 만한 근거나 잣대가 부실하단 건데...

답변 - 아니. 부족한게 아니라 한국엔 규제 기준 자체가 없다. 내가 시멘트 문제로 이렇게 싸워 온 건 결국 다름이 아니라 이것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난 누누히 컴플레인을 밀어넣던 각 업체에다 밝혔다. "당신들이 내가 납득하거나 양보하거나 인정할 수 있을 만한 잣대나 규제방안을 제시한다면, 혹은 언제쯤부터 준비하겠다란 입장이라도 제시한다면 난 손을 떼겠다"라고. 결론은? 아무도 이에 응하지 않는다. 그만 둘래야 둘 수가 없지 않는가. 시멘트에 대한 기준도 규정도 규제도 없다니, 이런 나라가 또 없다. 

     
  
  ▲ 국정감사답변서를 보여주며 그는 "'원인조사를 해본 적은 없습니다'라니, 이게 환경부의 현주소"라고 밝혔다.  
 
 

13. 184명 중 182명 찬성, 의원 일곱명 난타... 환경부 장관 스스로 "이번 국감은 시멘트 국감"이라 말했다

질문 - 다시 국회 본회의 건을 묻는데, 만족 여부는?

답변 - 출석의원 184명 중 182명이 찬성했다. 쓰레기 시멘트에 대한 질문에 무려 일곱명의 의원이 나섰다.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 등이, 한나라에선 박준선 의원 등이 힘을 모았다. 나중엔 환경부 장관이 "이번 국감은 시멘트 국감이었습니다. 앞으로 이에 대해 신경쓰겠습니다"라고 발언하던데, 이 정도면 괄목할 성과다.

 

14. 시멘트가 가장 더러운 나라인 한국, 그러나 가장 깨끗해야 할 나라도 한국이다

질문 - 시멘트에 있어 한국은?

답변 - 최악이다. 제일 시멘트가 더러운 나라다. 10여개국의 시멘트와 비교조사해 본 적이 있다. 중국 시멘트도 발암물질은 거의 없다. 한국 것이 제일 더럽다. 문제는 세상 그 어느 나라보다도 시멘트가 깨끗해야 할 필요성을 가진게 한국이란 점이다. 우린 세계유일의 남방문화권이다. 보일러도 뗀다. 열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세계제일의 아파트 공화국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목재건물이 많고 일본도 이정도 대단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진 않는다. 시멘트 건물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니란게 한국의 현실이다. 그렇기에 쓰레기 시멘트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아이들이 아토피가 많은 이유를 아는가? 기어다니기 때문이다. 장판 들춰내면 여러분들의 집 바닥에도 가루가 쌓여 있을 것이다.

 

15. 외국의 시멘트 기준 부러워, 가장 뛰어난 시멘트 선진국은 스위스

질문 - 그럼 한국이 선진국을 벤치마킹하면 되겠나?

답변 - 글쎄. 실은 외국도 '미치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최소한, 규제할 규정과 기준은 갖추고 있다. 일단은 유럽국가가 기준이 제일 많다. 최고를 꼽는다면 스위스 정도?

 

16. "죽이겠다"는 협박전화가 넘쳐난다

질문 - 적이 많아졌을 텐데.

답변 - "죽이겠다"는 협박전화를 오밤중에 자다가 받기도 했다. 나 때문에 망하게 됐다는 사장도 있었다. 모처럼 예전에 지내던 영월에 내려가게 되면 거처에서 잘 때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협박전화가 부쩍 늘었다. 물론 제보나 격려 전화도 많이 받지만.(기자 - 내 전화 받고서도 모르는 번호라 놀랐겠다) 하하, 사실 내용증명도 몇 통이나 받았다. 허나 내가 안 하면 누가 하겠나.

 

17. 한국은 싸우는 사람이 없다. 일본은 노인들조차 기업을 상대로 잘 싸운다

질문 - 혼자서 싸워왔다고 했는데, 정말인가?

답변 - 과장 없는 사실이다. 환경단체와는 함께 하지 않기로 했다. 몇번 마주했던 단체는 생각도, 의지도 없었다. 일본에 가 봤나. 일본에도 '에코 시멘트'라 해서 재활용 시멘트가 있는데, 이건 집이 아니라 도로나 교각 등에 쓰인다. 허나 이것 만으로도 지역 주민들은 반대를 한다. 언젠가 현장에서 봤는데 그 지역에서 주민이라곤 노인들만 있는지... 헌데 노인들이 정말 잘 싸우더라. 난 그만 창피함을 느꼈다. 한국은 이렇듯 나서는 이가 없다. 로비로 묶이던가, 악법에 들러리로 명분만 무기삼아 주던가, 아님 싸울 생각을 않던가... 결국 나만 저들이 가만두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니던가.

 

18. 재활용 시멘트는 재활용 아닌, 악재의 연장선이다

질문 - 만일 재활용 시멘트를 집이 아닌 도로 등에 쓴다면 그건 문제가 없겠나?

답변 - 문제 없는건 아니나 그나마 그건 인정할 만 하다. 그래도 아스팔트 도로가 마모되면 역시 위험은 발생한다. 사실상 이를 쓸만한데는 없다. 재활용이라고 하는데, 쓰레기 시멘트 당위성을 제기하는 이유가 연간 1740억원이 절감된다는 사항이다. 그 뿐 아닌가. 국민들 건강을 담보로 이건 말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한국의 아파트는 기껏 20, 30년의 수명 아닌가. 그 땐 재활용도 뭐도 아니라 그저 처리시간만 늦췄을 뿐이다. 참고로 쓰레기 시멘트는 내구성 품질에서도 문제가 많다. 180만 건설 근로자들의 노출 피해도 크다. 거기 들어가는 내용물 살펴보면 항공기 폐냉매제, 선박 및 자동차의 폐부동액, 반도체 폐기물 등 우려되는 것 투성이다. 결국 근로자 피해 봐, 국민들도 피해 봐, 나중엔 경제성도 없어... 악재만 쌓인다.

 

19. 톤 당 몇만원씩 돈 주고 사온 쓰레기를 시멘트에 섞어 아파트 짓는 나라, 차라리 집 값이라도 싸다면

질문 - 결국은 가격적 문제로 시멘트도, 재활용 시멘트도 쓰는게 아니겠는가.

답변 - 물론이다. 그러나 내가 조사해보니 깨끗한 시멘트를 만들어도 가격차는 그리 크지 않다. 언젠가 120만원 하던 쓰레기시멘트가 있길래 깨끗한 시멘트로 생산을 전환시 얼마나 드는가 살폈더니... 26% 정도 원가 상승이었다. 즉 약 150만원이면 깨끗한 시멘트가 나온다. 난 시멘트 업계가 망하는걸 원치 않는다. 솔직히 몇몇 문제 업체는 차라리 망하는 게 전체 순기능을 위해선 도움이겠지만. 그래도 저들이 망하라고 이 짓을 하진 않는다. 그저 깨끗한 시멘트로 만들어도 알칼리성 등의 위험성이 있는데 아무 문제 없다며 규제 없이 외국 쓰레기를 사 와서 저질 시멘트를 만들고, 국민 담보로 돈벌이 하겠다는 걸 좌시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쓰레기시멘트로 지은 아파트라고 해서 분양가가 싼가? 그런 것도 아니질 않나. 차라리 입주자들에 이를 밝히고 싼 가격을 제시한다면 그건 또 모를 일이나 이마저도 상관없는 일이다. 가장 화가 나는건 이같은 쓰레기를 국내산 재활용도 아니요, 외국에서 사와서 쓰는 경우다. 지금 항공 사업 문제로 말많은 일본 미쓰비시 사의 예를 들어볼까? 중공업 계열사의 철쓰레기를 톤당 2만원씩 주고 사서 들여온다. 그리고 당국은 나몰라라 한다.

     
  
20. 쓰레기시멘트는 이제 종지부, 이젠 물의 감시자로 출발한다

질문 - 쓰레기 시멘트 문제말고, 이제 다른 문제로도 시각을 돌린다고 했는데.

답변 - 쓰레기 시멘트는 이제 종지부를 찍는다고 보는 편이 맞겠다. 정말 많은 개선이 있었다. 물론 근본적 개선은 이제 시작이고 할 일이 남았지만. 돌아보니 만 3년간 지긋지긋하게도 싸웠다.(웃음) 이번엔 물이다. 사실 지금도 천수만, 시화호 등에 시멘트 유출수 문제 등으로 다니는 중인데, 이젠 쓰레기 시멘트가 아닌, 4대강 정비와 경인 운하 쪽으로 눈을 돌린다. 내가 처음 환경운동을 시작한건 서강 살리기였다. (기자 - 다시 물로 돌아가는가?) ...그렇게 되나?(웃음) 여하튼 강가에서 살았던 나이기에 강에 대해선 각별하다. 나중에 이 건에 대해선 따로 할말이 많겠지만 환경적으로도 문제가 많은 사업이기에 내가 할 일이 있을 듯 하다. 후손에게 물려줄 물에 관심을 돌리고자 한다.   

 

인터뷰 도중 그는 누군가의 전화를 받더니 "또 삭제됐어요?"라며 실소했다. 뭔가 또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컴퓨터 사용법도 잘 모르는 블로거는 그렇게 지금까지도 블라인드와 씨름 중이었다. 그래도 뭔가 이뤄냈다는 생각에 거듭 "기쁘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