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하트 빼앗아간 81번 버스의 그녀를 찾습니다"
'사랑의 공개수배' 인터넷 화제 오른 주인공은 부산의 선실 설계사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는데요..."
미인은 용기있는 남자가 얻는다고 했던가. 전화통화에서 '용기있는 부산사나이'는 머쓱한 웃음소리를 냈다.
▲ "그녀를 공개수배합니다" 그림에 한 네티즌은 "우와 그림 잘그리신다"라 밝히기도.
13일, 다음아고라 이야기방에 이색적인 공개수배가 등장했다. 좋은날 님이 '그녀에게 전달되길 바랍니다'(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story/read?bbsId=S101&articleId=15093&RIGHT_STORY=R5)란 이름으로 이름모를 그녀를 찾아 나선 것. 지난 일요일인 11일 정오경 부산 81번 시내버스에서 우연히 보게 된 여성을 찾고 있다.
좋은날 님은 "합주를 위해 버스를 타고 범내골 중앙시장으로 가다 부산진역에서 승차하는 그녀를 보고 심장이 뛰었다"고 고백했다. 이른바 '첫눈에 반했다' 레퍼토리. 말을 걸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고 따라가고 싶었지만 팀원들을 따라 그만 하차하고 말았다고. 이 때부터가 후회의 시작이었다.
하루종일 후회하던 그는 예전 다음 이야기방에서 사람을 찾는 글을 봤던 걸 기억해냈다. 이번엔 용기를 내어 기억이 흐려질까 곧장 그림을 그리고 정황을 쓴 뒤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바람을 함께 실어보냈다. 제보를 받고자 무려 본인의 휴대폰 번호까지 공개했다. 그가 밝히는 수배대상은 3대 가르마에 50밀리미터 길이의 헤어핀, 밝은 분홍색 반 코트에 페브릭 재질 갈색 구두를 착용한 단아한 여성이다.
"혹 사랑하는 누군가의 사람이 아니라면 한번 만나보고 싶다"라며 공개된 글은 당일 오후 2시 벌써 1만명의 조회객을 기록했다. "화이팅"(어화둥둥 님), "그 용기가 부럽다"(라이언 님) 등 격려 댓글이 쇄도했다. "여긴 한국인데"라며 해외에서나 전해질 법한 일이 벌어졌음을 의아해 하는 반응도 있다. 한편에선 "핸드폰까지 공개한건 비추(추천하지 않음, 비추천의 준말)"라며 스팸 폭탄을 걱정하기도.
공개된 번호로 연락해봤다. 장난이나 거짓이 아닌 진짜 본인의 글임이 확인됐다.
"신원을 여쭙긴 곤란할 듯 하고... 학생이신가요?"
"아뇨.(웃음) 직장인입니다. 선실을 설계하는 사람들끼리 직장인 합주회에 나섰다가 보게 됐어요."
"배의 선실을 설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며 직장인임을 밝힌 좋은날 님은 "같은 동료들과의 직장 합주 모임을 위해 버스에 올랐다가 이 같은 경험을 하게 됐다"며 "솔직히 이렇게 일이 커 질줄은 몰랐다"고 웃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