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 아나 제2의 정선희 사태는 면한 듯
조기 사과 주효, "퇴출" 주장에 "마녀사냥 그만" 여론 맞불
제2의 정선희 사태까지 우려됐던 황정민 아나운서의 촛불집회 발언사건이 일단 최악의 상황은 면한 것으로 보인다.
황 아나운서는 26일 오프닝멘트에서 촛불집회가 과격해진 것에 "실망스럽다"고 발언했다가 종일 뭇매에 시달렸다. 당일 홈피 게시판에 오른 글만 2000건. 대다수가 비난글로 얼마전 정선희 씨 사태를 연상케 했다. 그러나 황정민 아나운서가 당일 저녁 게시판 공지에 이어 27일 방송 오프닝에서 거듭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분위기는 한결 가라앉았다.
전날 비난이 쇄도하던 게시판에선 27일 "힘내시라"는 응원글이 이어졌다. 여전히 "각성하라"는 성토가 오르고 있으나 한편에선 "그만하라"며 역비난이 함께 이는 상황.
다음 아고라 등 외부에서도 상반된 의견이 오가고 있다. 여전히 "방송퇴출"을 요구하는 맹비난이 진행 중이나 "마녀사냥 그만 두라"는 반박 역시 지지 않는 기세로 맞서고 있다. 아고라 청원방에선 보기 드문 서명 대 서명 대립이 진행 중. 닉네임 '자전거 탄 풍경' 유저가 진행자에서 물러나라고 꺼낸 청원은 26일부터 4000여명의 서명인단을 모았다. 그러나 이에 반하는 '미래' 유저의 '황정민 아나운서를 지킵시다' 역시 당일부터 1800여명의 서명인단을 모으며 맞불을 놨다. 과거 뉴라이트 교과서 논란 당시에도 찬반 서명이 함께 나와 나란히 간판에 오른 바 있으나 그 때 결과는 원사이드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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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반되는 서명운동이 동시에 올라 이목을 집중시킨다 | ||
각 블로그와 커뮤니티게시판에서도 네티즌들은 설왕설래 중. 그러나 매체 보도 및 소문으로 먼저 소식을 접했다가 원본 방송을 듣게 된 이들 사이에선 "생각했던 것과 실제 발언을 듣고 난 뒤의 것이 상당히 다르다"란 말이 오가고 있어 더이상 문제가 확대되진 않을 전망. 한 블로거는 그녀의 발언에 대해 "보지말고 듣자"며 블로그에 오프닝 멘트 전문을 옮겨오는 한편 다시듣기 서비스도 가져오면서 글로 전해진 것과 실제는 어감도, 느낌도 상당히 다르다고 주장해 반향을 얻었다.
이같은 상황엔 황정민 아나운서 본인과 제작진의 발빠른 사과와 대응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전례로 지적되는 정선희 씨의 경우엔 초기 '맨홀' 발언이 불거진 후 사과가 이뤄졌으나 곧바로 후속 발언이 터졌고 이 때부턴 광고주 불매 운동이 벌어지는 상황까지 가면서도 별다른 조치가 없어 결국 당사자 자진 사퇴까지 이어졌다. 정 씨 역시 두번째 발언의 경우는 정확한 '주체'가 없어(맨홀 발언 당시엔 촛불집회가 구체적으로 언급됐었다) 애매한 점이 없지 않았으나 대응이 늦어 여론을 잡지 못했다. 이후 '마녀사냥'을 지적하면서 정 씨의 명예회복에 나서는 네티즌 여론이 일었으나 이미 정선희 씨 본인은 해당 프로를 비롯 타 출연방송에서까지 옷을 벗은 뒤였다. 이에 비해 황정민 씨와 FM 대행진은 26일 당일 클로징 멘트까지 포함, 이틀새 세 차례에 걸쳐 사과를 전하는 한편 "비폭력 평화집회에 자랑스러워했다"는 당사자 해명이 곧바로 이뤄져 초기 진화에 효과를 본 것.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집회장에서의 극한 대치가 며칠째 이어지고 26일 한승수 총리의 담화문, 경찰의 최루 및 형광 살수 동원이 논란에 오르는 등 나쁘기 그지 없는 시국에서 도마에 오른 것. 그러나 제2의 정선희 사태까지 거론되던 이번 사태는 전례와 달리 "지켜주자"란 여론이 곧바로 조성되면서 일단 진통속에서나마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