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보이 기사(newsboy.kr)/연예

[리뷰] 웹드 '꿈꾸는 대표님' 깨 보니 눈 앞에 전지윤? 소재 신선하네

[리뷰] 웹드라마 꿈꾸는 대표님 재벌2세 vs 포미닛 전지윤이 내 집에 들어왔다 당신의 선택은?

 

 

 

 

출처 네이버 웹드라마 꿈꾸는 대표팀 캡처 (이하 상동)

 

 

드라마왕국 대한민국에서 내가 바라마지 않는 드라마? 첫째가 단막극 부활, 차선은... 웹드라마?

 

서론이 좀 길어질 것 같다. 영화, 애니가 아닌 드라마 리뷰는 이 블로그에서 아마 처음일거다. 막장 드라마 천지인 현실 속에서 한탄부터 하자.

 

필자는 드라마를 그다지 챙겨보지 않는다. 드라마 천국인 대한민국에선 별종이다.

차라리 '그 나이 먹고 애니메이션이냐'란 핀잔을 듣는 편을 택했다. 최소한 이 쪽은 훨씬 보기 편하기 때문이다. 옴니버스 시리즈라면 더욱 반갑다.

만일 내가 드라마를 본다면 그 땐 미드, 일드 등 해외작품에 빠질 때일 것이다. 워터보이즈2같은 청춘드라마는 매회 박수 치며 봤고 콜드케이스 같은 추리물은 어째서 한국에 아직도 이런 작품이 없는지 안타까울 정도다.

 

그렇다고 한국드라마를 도매금 취급하진 않는다. 대장금, 허준, 이산 등 이병훈 사단의 대하드라마는 꽤나 홀릭했었고, 국산 콘텐츠가 비실하던 80~90년대에 유년기를 날 때도 드라마게임, 베스트셀러극장으로 대표되는 단막극은 외화 만큼 좋아했다. 

'나인'은 반드시 챙겨보려 한다. 한 두편만 보고도 한국드라마를 융숭히 대접해야겠다 느껴질 정도로 탄탄하다. '대작'으로 칭송받거나, 약하지만 선한 이가 악을 단죄하고 성공하는 인생 이야기, 확실한 스토리를 가진 작품이 나온다면 기꺼이 본방 사수할거다. 근데 올해는 꽝이다. 내년엔 한 작품이나 걸릴라나?

 

 

일단 막장 코드부터 이제 그만!

 

그 많은 한국 드라마 속에서 왜 나는 방황하는가. 아침드라마를 틀면 첫회만 봐도 끝 내용이 보이고, 주말 드라마는 이미 막장 소굴이다. 임성한 작가의 작품은 그 정도가 경이롭기까지 해서 좀 다른 의미에선 차라리 신선하다. 김수현 작가는 작품은 '실험적'이라는 찬사로 받아들이기엔 취향이 아니다. 일일드라마를 보니 집 하나 건너 원수와 은인이 공존한다. 전문직 드라마라고 기대하고 보면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로 끝나는 무늬만 전문드라마다. 기억나는 건 기자를 다뤘던 스포트라이트 정도? 반대로 마지막 보루였던 단막극은 시청률 문제로 폐지되고 남은건 일요일...아니, 월요일 자정(...)에 해 주는 KBS 드라마 스페셜 정도다. 뭔가 잘못되었다.

 

한마디로 막장 드라마, 불륜 드라마, 지구촌보다 더 좁은 세상의 우연이 난무하는 드라마 속에서 산다. 불량식품 같다. 나도 드라마 보고 싶다. 잘 만든 드라마? 천만에. 거기까진 안 바란다. 허술해도 봐 줄 테니 착한 유기농 스토리, 환상이라도 식상하지 않은 귀여운 소재, 시청자인 나의 두뇌를 학대해 줄 반전과 전문성을 갖춘 드라마를 원한다.

 

일반 편성시간대엔 힘들것 같고, 지금으로서 희망을 거는 건 두 곳 정도다. 단막극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던가, 아니면 다른 곳에서 찾는 수밖에.

그래서 웹드라마에 기대를 건다. 아직은 실험적인 단계지만, TV에서 인터넷으로 채널 하나 바꿨을 뿐인데 벌써 막장의 소굴에선 벗어난 거 같아 신선한 충격이다. 착한 웹툰으로 알려진 '무한동력'을 드라마화 한 것을 보면서 반갑기도 하고.

문제는 아무래도 TV드라마에 비하면 마감에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는 거지만.

 

와중에 이번 주 신작인 '꿈꾸는 대표팀'을 리뷰해 본다.

 

 

 

 

출연진 면면을 보니 신기방기한 작품 아역 허준이 왜 저깄냐?

 

꿈꾸는 대표님은 청춘 드라마다. 배고픈 중소기업 창업자가 진정한 사랑을 찾고 끝내 성공까지 쟁취하는 이야기. 크게 참신할 건 없으나, 최소한 막장 코드에선 벗어났다. 올레!

 

출연진이 궁금하다. 초대형 스타는 아니더라도 일단 낯익은 얼굴이라나?

얼레? 주인공 청년이 누구더라? 백성현? 이름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얼굴은 본 것 같다. 내가 좋아라 하던 작품에 나온적 있나. 가만.

 

1999년 50% 시청률을 달성했던 허준! 그 허준? 허준의 어릴 적 모습으로 나왔던 그 백성현? 맞나?

그러고 보니 해신에서도 본 거 같은데? 검색하니 다 나온다. 으하하하. 일단 아역으로 뼈가 굵은 연기자다. 그간 역량있는 샛별이었다면 이번엔 농익은 성인 연기로 거듭나려나. 이 배우의 현재 모습을 볼 수 있는 순간이다.

 

 

 

 

깨고보니 포미닛 전지윤이 내집에 들어와 있다 vs 재벌2세 스포츠카 당신의 선택은?

 

드라마는 현실로 잘 빚어낸 환상이다. 현실을 투과하고 반영한 그릇이면서도, 여기엔 작가가 제시한 길로 시청자가 걸어가며 만끽할 환상이 깔려 있다. 드라마 같은 다큐와 다큐 같은 드라마의 차이기도 하다. 

매일 반복되다 못해 지겹기까지 한 현실을 다시 보여주고 확인시키지만, 여기엔 뭔가 눈이 확 뜨일 변수가 등장한다. 내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반겨줄 수 있을 기분 좋은 요소 하나. 그간 TV 속 드라마에서 숱한 소재로 나타났다. 남자의 경우라면 가장 많은 게 재벌 2세라는 설정일 것이다. 혼자 살기엔 너무도 큰 방안에서 일어나 아르마니 양복을 입고 외제차에 올라 유유히 출근해 열심히 일하나 싶...더니 '실장님이 알아서 하세요' 한마디 하고는 그 날 일정은 사실상 종료다. 바쁜건지 한가한건지 그 다음엔 여자 꽁무니나 쫓아다니고 말이야. 물론 내 치세를 보고 달라붙는 여자들이 있지만, 좋아하는 여자는 늘 저만치에 있다. 하지만 일단 시청자는 그 지상의 과제 하나 빼고는 다 가진 주인공을 보면서 순간 내가 저러한 듯 착각한다. 왕자를 기다리는 여성 시청자의 환상만을 충족시키는 소재가 아닌 것이다. 남성 시청자에겐 나 자신을 왕족으로 만드는 찰나의 순간이다.

 

좋긴 한데, 너무 많이 나오는 소재라 이제는 이걸 보는 것도 일상이 되어 버렸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돌발상황은 일단 신선한 맛이 있다.

 

창업지원금도 얼마 안 남은 중소기업의 오중기 대표님, 여친과도 헤어지고 술 한잔 마신 다음날 눈을 뜬다. 혹 부자가 되어 있는 걸까? 그런 건 없다.

대신 전지윤이 와 있다.

 

뭐?

 

포미닛의 그 전지윤 맞다. 내 아는 사람도 포미닛 전력의 절반이라는 패왕색의 그녀 대신 전지윤을 제일 좋아한다고 하던데, 글쎄 그 전지윤이 눈 뜬 나를 내려다 보며 웃고 있네? 재벌은 아니지만, 걸그룹의 핵심 멤버가 뜬금없이 우리집에 들어와 있다. 게다가 씻고 나와선 주인공 품안에 폭 안긴다.

 

이 쪽도 현실과는 많이 동떨어졌으나, 아니 어쩜 재벌보다 더 현실가능성이 적은 일일 테지만 이 쪽이 더 나을수 있겠다. 적어도 당신이 재벌이란 반찬을 너무 자주 먹어 불감할 정도까지 이르렀다면, 전지윤 등장은 신선한 맛이 있어 좋다. 우렁각시가, 그것도 포미닛 전지윤이 "아직 잠이 덜 깼나"하고 말을 더듬던 내 품에 폭 안긴다면 그 때 남자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딱 두가지다. '자 이제 현아를 보여줘'라던가, 아님 그대로 영원히 꿈을 꾸고 있던가.

 

 

 

 

만화처럼 피어오르는 과감한 연출

 

꿈과 이상은 다르다며 이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주인공 오중기의 독백은 매편마다 대사 못지 않은 분량을 이어간다. 그의 잠재의식을 표현하는 장면을 보면 과감하다. 일반 TV 드라마 속에선 잘 안 쓰는 기법인데, 인터넷을 영위하는 세대에겐 만화적인 기법이 그리 거북하지 않다.

 

사실 재미없던 나날에 단 한명의 존재가 난입해 모든걸 바꿔놓는다는 설정이, 그것도 편당 10분 남짓한 드라마 속에서 직선적으로 진행되는 것 자체가 엿가락처럼 편수가 늘어나는 기존 드라마와는 많이 다르다. 보여지는 리얼리티에선 마이너스 요소지만, 스토리를 빠르게 소화하고 다음 진행으로 넘어가고자 하는 정신적 식욕이 왕성한 이에겐 차라리 나을 수 있다.

 

 

 

월급 언제 받아? 고기 회식은? 배고픈 청춘의 보답, 인물 갈등 대신 삶의 갈등 해소로 카타르시스

 

연기자는 실생활에서 만끽 못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게 희열을 느낀다. 근데 그건 보는 이도 마찬가지다. 내가 체념하고 사는 것을 대신 이뤄주는 주인공에 기꺼이 정을 나눠주는 이유다. 때론 끝내 이루지 못하고 쓰러지는 비운의 주인공도 있지만, 그 역시 난 일찌감치 접어버린 도전을 대신 해 주었으니 과정의 카타르시스는 애잔한 결말과 또다른 앙상블로 다가와 머리속을 흔든다.

 

이 작품은 악녀가 나와 갈등을 일으키고 인간관계를 깨부수다 자멸하며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선물로 그것을 전달하는 그런 작품과는 다르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엔 악인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삶 속에서 우리들 모두가 악녀보다 더 많이 맞닥뜨리는 갈등요인, 즉 이루고자 하는 열망과 녹록치 않은 현실이 부딪혀 깨지는 파열음을 갈등 대상으로 택했다. 지금의 나일수도 있고 친구일수도 있고 내 아이일수도 혹은 과거의 나거나 얼마남지 않는 내일의 나일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세상을 상대로 내 꿈을 들이밀고 멋지게 실패하다 드디어 잡히는 단 한번의 기회를 물고 늘어지는 스토리. 노력하는 자가 성공하는 이야기. 그렇다. 막장극과 대치하는 착한드라마의 표본 중 하나다.

 

그간 TV극에서 네거티브한 상황을 의인화해 악인을 꺼내보였다면, 반대로 이 작품은 좌절하기 직전의 인물을 포지티브하게 이끌어주는 꿈의 여인을 내보였다는 것 또한 차별화된 포인트. 이건 이거대로 착한 드라마의 식상한 레퍼토리일수도 있으나, 일단 지금으로선 좀 더 많아지길 바라는 게 내 개인적 소망이다. 실제로 우리 삶 속에서도 이러한 긍정적 모습이 더 많이 이루어지고 반영되어야 하기에.

 

 

웹드라마에서 본 가능성, 이젠 과실이 익을 때까지 좀 더 기다려 볼까

 

분명 아쉬운 점도 있다. 아까 언급했던, 지금으로선 웹드라마 전반에서 잡히는 그것이리라. 미니 웹드라마가 거대한 TV드라마에 대적하려면 보다 보완되고 깎여야 한다. 모처럼 즐기고 싶은 재료가 한데 모였는데 먹을만하게 요리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만큼 감질나는 것도 없다. 큰 제작비용을 들이는 것도 아니고 경험이 축적된 상황도 아닌 태동기의 아쉬움이다. 그러나 설익었어도 먹을 것이 있다는 자체가 좋다. 아직은 기다림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할 때인가.

 

기꺼이 기다려 보려 한다. 웹툰은 기존 만화 시장이 말라죽어감에 따라 이주를 한 것이지만, 웹드라마는 기존 채널이 양적 아닌 질적의 기근을 겪는 동안 새로운 옥토에다 양질의 것을 옮겨 심는 과정이다. 제발 이 토양만큼은 오염되지 않길 바라면서 약간의 아쉬움과 이를 달래는 수많은 가능성에 푹 빠져 글을 줄인다.

 

 

글 사진 권근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