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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한방엑스포 가이드 (3) 가을하늘 아래 숨은 볼 거리들

제천 한방엑스포 가이드 (3) 볼 만한 것들



한 아이가 즐겁게 체험에 나서고 있다. 제천한방바이오엑스포에서 메인으로 미는 코너일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확실히 엑스포의 성격을 잘 나타내주는 곳. 바로 어린이한방놀이터다.




엑스포에 찾아오긴 했는데, 당일치기로 온 터라 돌아갈 시간이 빡빡한 타지 방문객들. 돌아다닐 곳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스케줄 조정이 불가피하다. 일단은 팜플렛에 나와있는 메인 행사장들을 두루 찾을 것이다. 그러나 재미는 꼭 거기에만 엑기스마냥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시간에는 흔히 지나쳐 갈 수 있고 또 느끼지 못하고 넘길 법한 요소들을 찾아본다.

바쁜 와중에도 이 곳만큼은 꼭 들르길 바란다. 개막식이 열렸던 센터 광장 바로 옆에 위치한 어린이 한방 놀이터는 여러 모로 추천할 것이 많다.

설령 당신이 키덜트가 아니라 하더라도.

이유는 간단하다. 이 곳은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이 체험해 봐도 좋을 만치 한방에 대한 지식들을 재밌고 쉽게 풀어놓았다.




이 코너를 보라. 박하, 택사 등 다소 생소한 약재들의 효능을 퍼즐맞추기 퀴즈처럼 흩어진 지문과 일치시켜 알려 주고 있다. 재미있게 풀어쓴 재치가 인상적이다. 배가 아플 때 좋은 약재, 미용에 좋은 약재 등을 알려줌으로써 유익한 의학 기초지식을 전해 주는 효과도 있다. 가족들이 찾아온다면 어린이들에겐 공부가, 어른에게도 즐거운 학습탐방이 될 수 있다.




체험관을 돌아다닐 때, 무턱대고 돌기 보다는 '꾸며놓은' 통행로를 도는 것이 더 즐거울 듯 하다. 식약재로 쓰였을 법한 재배물들을 주렁주렁 매단 덩굴 터널은 아직은 강한 가을햇살을 피하는데도 좋다. 남녀노소가 색다른 흥미를 갖고 발걸음을 멈춰 있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아마 부모님 손을 잡고 찾아온 어린아이들에겐 어느 체험관보다도 강한 기억으로 남을지 모르겠다.




전설의고향에서 보면 이 집 아들래미가 약초를 캐러 갔다는 이야기가 틈틈이 새어나오곤 했다. 야생 속 약초는 이렇게 생겼구나 하고 직접 확인해 볼 기회가 있으니, 약초 탐구관이다.

약초 탐구관은 상당한 규모로 꾸며져 있는데, 천장은 태양광과 닿도록 통하게 되어 있어 따스한 기운을 유지하고 있다. 오후의 맑은 날씨와 어우러지면 약초가 우거진 이 곳은 지친 발걸음을 잠시 멈추는 휴식공간으로서도 괜찮을 듯 싶다.




지난번에도 소개했는데, 한방명의관은 사진찍기 좋은 장소다. 시간별로 실제 의원들이 진료를 보는 코스라 예약률이 궁금해지는 장소이기도 한데, 굳이 그런 용무가 없더라도 옛 약방의 정취를 즐길 수 있어 한번 쯤은 찾아올 곳이다. 방 안 가득 들어찬 건약재들, 탕약을 조제하는 장소의 아궁이 등은 꽤 세심하게 다듬은 흔적이 엿보인다. 그리고, 건물 바로 옆엔 또 재미있는 광경이 펼쳐진다. 




드라마 허준의 초기엔 이런 장면이 있었다. 유의태가 약에 쓸 물을 이해 못한 허준을 향해 마구 꾸짖는 장면. 의학에 발을 들인지 얼마 안 된 청년 허준은 물은 다 같은 물이라 생각했지만, 실은 약의 용도마다 쓰이는 물이 저마다 달랐다. 그런데 과연, 한의학에서 분류하는 물의 종류는 얼마나 될까.

이 곳에서 확인하면 사람들이 놀랄 법도 하다. 족히 수십개에 달하는 물동이가 놓여 있다. 섣달 남향에 온 눈 녹은 물 납설수, 볏집지붕에서 흘러내린 옥유수, 국화 밭에서 나온 국화수 등, 각 자연환경에서 나는 물이 따로 따로 보관된다. 양의학과는 또다른 면에 있어 세심한 한의학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꼭 엑스포에서 설치, 마련한 코너만 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살짝 현장 바깥으로 나오면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일전에도 말했듯 제천은 여기저기서 물을 쉽게 볼 수 있는 고장인데, 여기에도 잘 다듬어진 물가가 나온다. 제천은 거대한 호수부터 논밭의 물까지 각기 예쁜 파장을 갖는데, 이 곳 또한 예외는 아니라 사진 속에 흐르는 물살이 선명하게 찍혀 나온다. 가을 바람이 불 때 여기서 사진 한 장을 찍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이 시간은 잠정적으로 제천 한방 국제 바이오 엑스포의 마지막 소개다. 물론, 언뜻 떠오르는 감상이 있다면 여분의 사진과 더불어 더 이야기를 이어갈 수도 있다. 아직 사진은 많이 남았다. 엑스포 도중 다시 찾아갈 지도 모른다.

한가위는 지났지만, 한달 가량 진행되는 엑스포 일정은 여전히 많이 남았다. 명절 때라 도리어 어디 놀러가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좋은 가을날씨에 짧은 휴일을 보낼만한 장소를 이제사 물색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점에 있어 제천 한방 엑스포는 수도권의 사람이나 충주지역, 혹은 강원지역 사람들에 있어 일요일 하루를 보내기 무난한 코스다. 가을은 이제 시작됐으니까.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