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한방엑스포 가이드 (2) - 개막일 짚는 기대할 점과 보완할 점
환경, 경관, 관심 유도는 합격점, 운영 진행은 제고할 점
15일 개막, 16일부터 공식일정에 들어선 2010 제천 국제한방바이오 엑스포.
개막일정에 맞춰 미리 답사를 다녀왔다.
언뜻 들으면 '한방'이라는 전문 분야에만 국한된 관광상품이 아닐까 싶지만, 실상은 추석연휴를 위시한 가을 여행에 있어 전반적으로 무난하다는 촌평을 내린다. 물론, 좋은점만 가득한 불만제로, 무결점의 인상은 아니다. 이번 편에선 한방 엑스포에 발맞춰 제천으로 가을 여행을 떠나려는 당신에겐 미리 알아두면 즐거움을 배가시킬 수 있는 포인트를, 주최측엔 행사의 리허설격이라 할 수 있는 개막 당일 드러난 헛점을 짚으려 한다. 보다 높은 만족감과 완성도를 꾀하길 바란다.
이런 점, 굿! - 천혜의 자원
엑스포 본행사장인 제천 바이오밸리. 제천이란 도시 자체가 그렇지만, 이 곳은 환경적인 측면에 있어 천혜의 특권을 갖고 있다. 난 지난 봄에 처음 제천을 밟았고, 그리고 이번 가을에 다시 제천을 찾았다. 두 번의 내방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도시에서 행사가 열린다는 건 그 사실만으로도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것을.
제천은 아름다운 도시다. 내가 찾아간 날마다 유독 날씨가 좋았던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제천은 환경과 도시의 접목이 훌륭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제천역과 터미널, 그리고 최대 관광명소인 의림지까지 이어지는 라인은 큰 도로가 직선 코스로 놓여있다. 수박 겉핥기에 불과할 수 있지만 건물배치 등의 도시 정비가 혼탁하지 않게 잘 이뤄진 느낌이다.
이 곳 오후 하늘은 유독 따뜻하고 선명한 빛깔을 띤다. 구름도 아름답다. 그리 혼잡하지 않은 도시내 유동인구와 교통량 또한 쾌적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의림지 같은 명코스는 물론, 아직 크게 알려지지 않은 솔방죽, 그리고 인도를 걸어가다보면 나오는 평야와 저 멀리 구름을 꽂아놓은 산지의 맥락은 그저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정경을 선사한다.
하늘과 더불어 예쁜 파장을 갖는 물빛 또한 여기저기서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제천이다. 농지에 댄 물이 햇빛에 빛나는 모습은 의림지와 솔방죽 등에서 볼 수 있는 물가와는 또 다른 가치다. 바이오밸리도 예외가 아니라서, 메인 행사장을 벗어나면 곧장 물살의 주름이 햇살에 반사되는 하천이 나온다. 바다나 강가 하고는 또다른 느낌의 아담한 물가에 맑은 하늘이 비쳐 보이는 것은 제천만의 자랑이다.
마침 가을 코스모스가 활짝 폈다. 바이오밸리 입구서 부터 내부까지 꽃들판이 펼쳐져 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한 감상을 전해 온다. 본 행사를 떠나 외관 만으로도 거닐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제천, 그리고 엑스포장이 마련된 바이오밸리다.
이런점, 볼만한 체크포인트 - 세세한 신경 쓰임새
제품 리뷰할 때 흔히 쓰이는 말이 '마감 처리'다. 전반적인 스케일도 중요하지만, 세세하게 마지막 마무리를 한 흔적은 정성스런 이미지로 사람을 또 한번 만족시켜 주는 포인트인데, 이게 안 되면 "잘 해놓고 욕 먹는다"는 말이 나온다. 은근히 잘 안되는 부분이다. 반면 "한국 제품 치곤 마감이 잘 되어 있다"는 말이 나올 때면 그건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한국의 고질적 문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엑스포도 하나의 거대한 관광상품이자 제품인 만큼 이를 둘러보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도 내가 돌아본 바, 엑스포를 위해 건축된 건물과 부수적인 설치물들은 세심하게 배려했다는 느낌이 든다.
바닥에 장독대 뚜껑을 내려놓았다. 물론 오리지널의 그 해묵은 느낌은 얻을 수 없지만, 새 것을 통해 깔끔한 맛을 전해 온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이렇게 옛 모습을 재현해 보이는 점은 플러스 요인이다.
한방명의관 말인데, 엑스포를 위해 세워둔 한옥이다 보니 급조한 가건물의 느낌은 솔직히 지우지 못한다. 아무래도 오랜 풍파에 더욱 멋져지는 진짜 한옥과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대신 심플하게나마 원형의 골격을 재현, 마치 커다란 미니어처를 보는 듯한 모습은 색다른 감흥이다. 진짜와는 비교할수 없지만 행사를 위해 뚝딱댄 작품임을 감안한다면 이 역시 꽤 괜찮은 마감처리를 했다. 최소한 둘러보고 사진을 찍을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이러한 점, 맘에 들어 - 비치된 쓰레기통 수 이만하면 충분?
행사장 이곳 저곳에 비치된 쓰레기통을 봤다. 사실 이 부분은 확정형으로 말할 수가 없는 것이, 얼마만큼의 인파가 들어찰 것인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일이다. 만일 대전 엑스포 때처럼 사람들이 가득찰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러나 쾌적하게 구경할 수 있는 수준을 유지하며 방문자수가 꾸준히 누적될 거라면, 일단 현재 비치된 량은 충분해 보였다. (물론 제 때 갈아주느냐 어쩌느냐가 관건이다) 각 관람관, 그리고 보행도에 마련된 쓰레기통은 어디에 서 있어도 한 둘 정도는 가까운 시야에 들어온다.
이 점은 보완이 시급하다 - 방문객 안내에 헛점 발견
좋은 말만 쓰지는 않는다. 이 점은 확실히 주최측이 보완할 사항이다.
여러가지를 둘러보다 보니, 하루속히 조치할 부분 또한 함께 시야에 들어온다. 그 중 하나가 기초적인 부분인 내방객 유도의 실책이다.
셔틀버스를 타고 개막식장을 찾아 들어가려는데, 개막식 장소 푯말이 본 행사장과는 정반대 도로 맞은 편을 향하고 있었다. 개막식은 바깥 야외 특설무대에서 하는건가 하며 그것만 곧이 믿고 진로를 바꿨다. 덕분에 난 이십여분을 엉뚱한 공터에서 헤매다 돌아와야 했다.
문제는 이에 대한 대처다. 진행요원(경호요원에 가까운 인상이다)에게 이게 왜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느냐 물었지만 아무 반응을 않는다. 심지어 푯말을 바로 세우려고도(고정이 아니라 얼마든지 돌려세울 수 있는 것이었다) 않는다. 그리고 이후의 안내가 문제였다.
셔틀버스를 내리면 앞엔 행사장으로 통하는 2번 게이트가 있다. 그러나 그는 이 곳의 통행이 가능한지 모르겠다며 1번 게이트를 찾아가라고 한다. 문제는 그가 가리키는 곳이 매우 멀었다는 거다. 저 멀리 보이는 아파트촌 앞까지 걸어서 초등학교를 찾고 다시 게이트를 찾으라고 하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날 지경의 거리다. 정말 이렇게 해야 한다면 이는 셔틀버스의 종착지 자체가 판단 미스다.
도무지 이건 아닐 것 같아서 2번 게이트를 찾는다. 문제는 여기 있는 요원 조차 적절한 안내 요령을 숙지 못하고 있었다. 개막장이 어딘지 "모른다"는 거였다. 결국 유인물의 조직위 전화번호로 연락해서 길을 찾았는데, 만일 여기 있는 사람들 말만 들었다간 한참 지각했을 것이다.
개막식은 공식행사의 초입이자 모든 것을 미리 짚어보는 리허설의 과정이다. 여기서 드러나는 헛점이 "공식행사땐 제대로 진행이 될 거다"란 말로 완전히 해소되진 못한다.
이 점, 어떻게 안될까요? - 웃는 얼굴을 보고 싶다
개막식이 한창일 때 주변을 돌며 사진을 찍는다. 여기서도 진행요원이라 할지, 안전요원이라 할지. 여하튼 그들이 보인다. 검은 슈트에 햇살에 그을린 듯 붉어진 표정은 보기만 해도 힘겨워 보인다. 고생하는 건 알겠다 이거야.
문제는 이들, 그 고충이 표정에 그대로 묻어져 나온다. 행여나 묻고 싶은 게 있어 다가가려 해도 쉽지가 않다. 웃는 얼굴은 단 한번도 볼 수가 없었다.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대던 내가 기자인지 뭐인지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잠시 멈칫하던 남자는 "통로니까 여기 서 있지 마라"고 지시했다. 그 남자 역시 웃는 얼굴은 기대할 수가 없었다. 업무에 치여 절로 목소리가 격앙되어 있었다.
사실 이것도 "잘하고서 대접 못받는" 경우 중 하나인데, 일에 충실한 것은 좋지만 고객을 대하는 데 있어 따살맞지 못하면 그건 이내 점수를 갉아먹는, 본인들로서는 억울한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 음식맛은 100점인데 서비스 부분은 1점을 받는 음식점, 그 이유는 실력좋은 주방장이 웃는 얼굴을 한번도 보여주지 않아서라던 어느 영화가 생각나는 부분이다. 엑스포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진행자들이다. 물론 이 사안은 이들에게만 요구해서 될 일은 아니다. 제대로 웃을 수 있으려면 비단 이들에게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보다 편하게 야외근무를 할 수 있도록 주최측이 적절한 당근을 제시해 줘야 할 텐데.
어떤 행사던 최상의 결과를 얻으려면 고객에 앞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고장을 대표하는 연례 정기 축제로 우뚝 서고 싶다면 역시나 체크해 볼 포인트다. 멀리서 찾아온 방문객들은 웃는 얼굴이 기억에 남는 엑스포를 보고 싶어한다.
마지막편은 제천 한방엑스포에서 눈여겨 볼만한 장소, 한번쯤 물어서라도 찾아갈 만한 것들을 찾아 안내하겠다. 혹여 우왕좌왕하다 표면에 나온 프로그램 조차 소화하지 못해 아쉽게 돌아가는 사람이 없도록, 비록 간판 프로그램 내지 행사장은 아니라 하더라도 즐겁게 돌아볼 수 있는 것들로 안내한다. 설령 사소한 것일지라도 감동은 어디서 찾아올지 모른다.
계속
환경, 경관, 관심 유도는 합격점, 운영 진행은 제고할 점
15일 개막, 16일부터 공식일정에 들어선 2010 제천 국제한방바이오 엑스포.
개막일정에 맞춰 미리 답사를 다녀왔다.
언뜻 들으면 '한방'이라는 전문 분야에만 국한된 관광상품이 아닐까 싶지만, 실상은 추석연휴를 위시한 가을 여행에 있어 전반적으로 무난하다는 촌평을 내린다. 물론, 좋은점만 가득한 불만제로, 무결점의 인상은 아니다. 이번 편에선 한방 엑스포에 발맞춰 제천으로 가을 여행을 떠나려는 당신에겐 미리 알아두면 즐거움을 배가시킬 수 있는 포인트를, 주최측엔 행사의 리허설격이라 할 수 있는 개막 당일 드러난 헛점을 짚으려 한다. 보다 높은 만족감과 완성도를 꾀하길 바란다.
이런 점, 굿! - 천혜의 자원
엑스포 본행사장인 제천 바이오밸리. 제천이란 도시 자체가 그렇지만, 이 곳은 환경적인 측면에 있어 천혜의 특권을 갖고 있다. 난 지난 봄에 처음 제천을 밟았고, 그리고 이번 가을에 다시 제천을 찾았다. 두 번의 내방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도시에서 행사가 열린다는 건 그 사실만으로도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것을.
제천은 아름다운 도시다. 내가 찾아간 날마다 유독 날씨가 좋았던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제천은 환경과 도시의 접목이 훌륭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제천역과 터미널, 그리고 최대 관광명소인 의림지까지 이어지는 라인은 큰 도로가 직선 코스로 놓여있다. 수박 겉핥기에 불과할 수 있지만 건물배치 등의 도시 정비가 혼탁하지 않게 잘 이뤄진 느낌이다.
이 곳 오후 하늘은 유독 따뜻하고 선명한 빛깔을 띤다. 구름도 아름답다. 그리 혼잡하지 않은 도시내 유동인구와 교통량 또한 쾌적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의림지 같은 명코스는 물론, 아직 크게 알려지지 않은 솔방죽, 그리고 인도를 걸어가다보면 나오는 평야와 저 멀리 구름을 꽂아놓은 산지의 맥락은 그저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정경을 선사한다.
하늘과 더불어 예쁜 파장을 갖는 물빛 또한 여기저기서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제천이다. 농지에 댄 물이 햇빛에 빛나는 모습은 의림지와 솔방죽 등에서 볼 수 있는 물가와는 또 다른 가치다. 바이오밸리도 예외가 아니라서, 메인 행사장을 벗어나면 곧장 물살의 주름이 햇살에 반사되는 하천이 나온다. 바다나 강가 하고는 또다른 느낌의 아담한 물가에 맑은 하늘이 비쳐 보이는 것은 제천만의 자랑이다.
마침 가을 코스모스가 활짝 폈다. 바이오밸리 입구서 부터 내부까지 꽃들판이 펼쳐져 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한 감상을 전해 온다. 본 행사를 떠나 외관 만으로도 거닐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제천, 그리고 엑스포장이 마련된 바이오밸리다.
이런점, 볼만한 체크포인트 - 세세한 신경 쓰임새
제품 리뷰할 때 흔히 쓰이는 말이 '마감 처리'다. 전반적인 스케일도 중요하지만, 세세하게 마지막 마무리를 한 흔적은 정성스런 이미지로 사람을 또 한번 만족시켜 주는 포인트인데, 이게 안 되면 "잘 해놓고 욕 먹는다"는 말이 나온다. 은근히 잘 안되는 부분이다. 반면 "한국 제품 치곤 마감이 잘 되어 있다"는 말이 나올 때면 그건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한국의 고질적 문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엑스포도 하나의 거대한 관광상품이자 제품인 만큼 이를 둘러보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도 내가 돌아본 바, 엑스포를 위해 건축된 건물과 부수적인 설치물들은 세심하게 배려했다는 느낌이 든다.
바닥에 장독대 뚜껑을 내려놓았다. 물론 오리지널의 그 해묵은 느낌은 얻을 수 없지만, 새 것을 통해 깔끔한 맛을 전해 온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이렇게 옛 모습을 재현해 보이는 점은 플러스 요인이다.
한방명의관 말인데, 엑스포를 위해 세워둔 한옥이다 보니 급조한 가건물의 느낌은 솔직히 지우지 못한다. 아무래도 오랜 풍파에 더욱 멋져지는 진짜 한옥과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대신 심플하게나마 원형의 골격을 재현, 마치 커다란 미니어처를 보는 듯한 모습은 색다른 감흥이다. 진짜와는 비교할수 없지만 행사를 위해 뚝딱댄 작품임을 감안한다면 이 역시 꽤 괜찮은 마감처리를 했다. 최소한 둘러보고 사진을 찍을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이러한 점, 맘에 들어 - 비치된 쓰레기통 수 이만하면 충분?
행사장 이곳 저곳에 비치된 쓰레기통을 봤다. 사실 이 부분은 확정형으로 말할 수가 없는 것이, 얼마만큼의 인파가 들어찰 것인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일이다. 만일 대전 엑스포 때처럼 사람들이 가득찰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러나 쾌적하게 구경할 수 있는 수준을 유지하며 방문자수가 꾸준히 누적될 거라면, 일단 현재 비치된 량은 충분해 보였다. (물론 제 때 갈아주느냐 어쩌느냐가 관건이다) 각 관람관, 그리고 보행도에 마련된 쓰레기통은 어디에 서 있어도 한 둘 정도는 가까운 시야에 들어온다.
이 점은 보완이 시급하다 - 방문객 안내에 헛점 발견
좋은 말만 쓰지는 않는다. 이 점은 확실히 주최측이 보완할 사항이다.
여러가지를 둘러보다 보니, 하루속히 조치할 부분 또한 함께 시야에 들어온다. 그 중 하나가 기초적인 부분인 내방객 유도의 실책이다.
셔틀버스를 타고 개막식장을 찾아 들어가려는데, 개막식 장소 푯말이 본 행사장과는 정반대 도로 맞은 편을 향하고 있었다. 개막식은 바깥 야외 특설무대에서 하는건가 하며 그것만 곧이 믿고 진로를 바꿨다. 덕분에 난 이십여분을 엉뚱한 공터에서 헤매다 돌아와야 했다.
문제는 이에 대한 대처다. 진행요원(경호요원에 가까운 인상이다)에게 이게 왜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느냐 물었지만 아무 반응을 않는다. 심지어 푯말을 바로 세우려고도(고정이 아니라 얼마든지 돌려세울 수 있는 것이었다) 않는다. 그리고 이후의 안내가 문제였다.
셔틀버스를 내리면 앞엔 행사장으로 통하는 2번 게이트가 있다. 그러나 그는 이 곳의 통행이 가능한지 모르겠다며 1번 게이트를 찾아가라고 한다. 문제는 그가 가리키는 곳이 매우 멀었다는 거다. 저 멀리 보이는 아파트촌 앞까지 걸어서 초등학교를 찾고 다시 게이트를 찾으라고 하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날 지경의 거리다. 정말 이렇게 해야 한다면 이는 셔틀버스의 종착지 자체가 판단 미스다.
도무지 이건 아닐 것 같아서 2번 게이트를 찾는다. 문제는 여기 있는 요원 조차 적절한 안내 요령을 숙지 못하고 있었다. 개막장이 어딘지 "모른다"는 거였다. 결국 유인물의 조직위 전화번호로 연락해서 길을 찾았는데, 만일 여기 있는 사람들 말만 들었다간 한참 지각했을 것이다.
개막식은 공식행사의 초입이자 모든 것을 미리 짚어보는 리허설의 과정이다. 여기서 드러나는 헛점이 "공식행사땐 제대로 진행이 될 거다"란 말로 완전히 해소되진 못한다.
이 점, 어떻게 안될까요? - 웃는 얼굴을 보고 싶다
개막식이 한창일 때 주변을 돌며 사진을 찍는다. 여기서도 진행요원이라 할지, 안전요원이라 할지. 여하튼 그들이 보인다. 검은 슈트에 햇살에 그을린 듯 붉어진 표정은 보기만 해도 힘겨워 보인다. 고생하는 건 알겠다 이거야.
문제는 이들, 그 고충이 표정에 그대로 묻어져 나온다. 행여나 묻고 싶은 게 있어 다가가려 해도 쉽지가 않다. 웃는 얼굴은 단 한번도 볼 수가 없었다.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대던 내가 기자인지 뭐인지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잠시 멈칫하던 남자는 "통로니까 여기 서 있지 마라"고 지시했다. 그 남자 역시 웃는 얼굴은 기대할 수가 없었다. 업무에 치여 절로 목소리가 격앙되어 있었다.
사실 이것도 "잘하고서 대접 못받는" 경우 중 하나인데, 일에 충실한 것은 좋지만 고객을 대하는 데 있어 따살맞지 못하면 그건 이내 점수를 갉아먹는, 본인들로서는 억울한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 음식맛은 100점인데 서비스 부분은 1점을 받는 음식점, 그 이유는 실력좋은 주방장이 웃는 얼굴을 한번도 보여주지 않아서라던 어느 영화가 생각나는 부분이다. 엑스포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진행자들이다. 물론 이 사안은 이들에게만 요구해서 될 일은 아니다. 제대로 웃을 수 있으려면 비단 이들에게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보다 편하게 야외근무를 할 수 있도록 주최측이 적절한 당근을 제시해 줘야 할 텐데.
어떤 행사던 최상의 결과를 얻으려면 고객에 앞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고장을 대표하는 연례 정기 축제로 우뚝 서고 싶다면 역시나 체크해 볼 포인트다. 멀리서 찾아온 방문객들은 웃는 얼굴이 기억에 남는 엑스포를 보고 싶어한다.
마지막편은 제천 한방엑스포에서 눈여겨 볼만한 장소, 한번쯤 물어서라도 찾아갈 만한 것들을 찾아 안내하겠다. 혹여 우왕좌왕하다 표면에 나온 프로그램 조차 소화하지 못해 아쉽게 돌아가는 사람이 없도록, 비록 간판 프로그램 내지 행사장은 아니라 하더라도 즐겁게 돌아볼 수 있는 것들로 안내한다. 설령 사소한 것일지라도 감동은 어디서 찾아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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